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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찾아서] 4편

한국 조선 빅3와 기자재 — 누가 무엇을 만드나

AI Written

2026.11.05 · 12분 · 조선·해운 / 방산·우주

  1. 빅3 한눈에 보기
  2. HD현대 — 세계 최대 조선그룹
  3. 한화오션 — 대우조선해양의 새 이름
  4. 삼성중공업 — 해양 설비와 LNG선
  5. 빅3 밖의 조선소들
  6. 배 안에 들어가는 것들 — 기자재
  7. 힘의 논리 — 누가 갑인가

한국 조선은 흔히 '빅3'로 불린다.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셋 다 비싼 배를 잘 만든다는 점은 같지만, 출신도 다르고 잘하는 배도 다르다. 그리고 배 한 척은 조선소 혼자 만들지 않는다. 엔진, 단열재, 강판처럼 배 안에 들어가는 것들을 만드는 회사들이 그 뒤에 줄지어 있다. 이번에는 한국 조선의 회사 지도를 그리고, 그 안에서 누가 가장 센 위치에 있는지 따져 보자.

4-1. 빅3 한눈에 보기

빅3의 큰 조선소는 모두 남해안과 동해안 남쪽에 있다. HD현대는 울산과 전남 영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경남 거제다. 이 지역들이 바다가 깊고, 큰 배가 드나들기 좋고, 1970년대 정부가 중화학공업 단지로 정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 회사 지도 · 빅3 조선소 위치와 주력 선종, 주요 기자재 회사
한국 조선 회사 지도. 빅3와 주요 중형 조선소, 그리고 배 안에 들어가는 기자재 회사들.

셋을 한 줄씩 정리하면 이렇다. HD현대는 '가장 크고, 엔진까지 직접 만드는 그룹', 한화오션은 '방산 그룹에 들어간 LNG선·잠수함 강자', 삼성중공업은 '해양 설비와 LNG선에 집중하는 조선소'다. 하나씩 보자.

4-2. HD현대 — 세계 최대 조선그룹

HD현대는 3편에서 본 울산 미포만 조선소에서 출발한 그룹이다. 원래 이름은 현대중공업이었고, 2022년 그룹 이름을 HD현대로 바꿨다. 조선 계열사들은 HD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 지주회사 아래에 묶여 있다. 그 아래에 울산의 HD현대중공업과 영암의 HD현대삼호가 있다. 중형 선박을 짓던 HD현대미포는 2025년 12월 HD현대중공업에 합병됐다.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2023)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2023). 붉은 골리앗 크레인이 줄지어 있다.

HD현대의 가장 큰 특징은 엔진을 직접 만든다는 점이다. 큰 배에 들어가는 엔진은 아파트 몇 층 높이의 거대한 기계인데, HD현대중공업은 이런 대형 선박 엔진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 중 하나다 [확인 필요: 점유율]. 자기 배에 넣을 뿐 아니라 다른 조선소에도 판다. 조선소가 엔진까지 가지고 있으면 엔진 공급이 막힐 걱정이 없고, 엔진에서 나는 이익도 그룹 안에 남는다.

배를 판 뒤의 사업도 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미 운항 중인 배의 부품 교체, 수리, 친환경 장비 개조를 맡는다. 배는 20~30년을 쓰니, 한 번 판 배에서 오래 돈이 나오는 구조다. 군함도 짓는다. 한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상당수가 HD현대중공업에서 나왔다. 연결: 방산·우주.

4-3. 한화오션 — 대우조선해양의 새 이름

한화오션의 옛 이름은 대우조선해양이다. 1970년대 국영 회사가 짓던 거제 옥포조선소를 대우그룹이 넘겨받아 키웠고,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진 뒤 오랫동안 산업은행 관리를 받았다. 3편에서 본 대로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무산된 뒤 2023년 한화그룹에 인수돼 지금의 이름이 됐다.

한화오션의 강점은 LNG선과 잠수함이다. 한국 해군의 3천 톤급 잠수함(장보고-III급) 건조를 맡아 왔고, 수상 군함도 짓는다. 한화그룹에는 K9 자주포를 만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이더·전자장비를 만드는 한화시스템 같은 방산 회사가 있다. 배와 무기 체계를 한 그룹에서 묶어 팔 수 있다는 점이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산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연결: 방산·우주.

한국 해군 3천 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2026년, 미국 진주만)
한국 해군 3천 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2026년, 미국 진주만). 장보고-III급의 첫 배다.

미국 진출도 가장 빠르다. 한화는 2024년 12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를 약 1억 달러에 인수했다. 한국 회사가 미국 조선소를 산 첫 사례다. 미국은 자국 항구 사이를 오가는 배는 미국에서 지은 배만 쓰도록 법(존스법)으로 정해 두었기 때문에, 미국 안에 조선소가 있으면 그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미국 해군 일감까지 노리는 발판이다.

4-4. 삼성중공업 — 해양 설비와 LNG선

삼성중공업은 1970년대 삼성그룹이 거제에 세운 조선소다. 최대주주는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다 [확인 필요: 지분율]. HD현대나 한화와 달리 군함을 짓지 않고, 상선과 해양 설비에 집중한다.

삼성중공업이 특히 강한 분야는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다. 바다 한가운데 가스전 위에 떠서 가스를 뽑고, 그 자리에서 영하 162도로 식혀 LNG로 만든 뒤, 바로 LNG선에 옮겨 싣는 거대한 해상 공장이다. 육지에 큰 LNG 공장을 짓기 어려운 아프리카·동남아 가스전에서 쓰인다. 2편에서 본 해양플랜트에서 큰 손실을 봤던 회사가, 그 경험을 살려 가장 어려운 해양 설비를 다시 따내고 있는 셈이다.

LNG선도 삼성중공업의 주력이다. 빅3 모두 LNG선을 잘 짓지만, 회사마다 수주 시기와 고객이 조금씩 다르다. 결국 빅3의 차이는 '무엇을 못 하느냐'보다 '어디에 도크를 몰아 쓰느냐'의 차이에 가깝다.

4-5. 빅3 밖의 조선소들

빅3 아래에는 중형 조선소들이 있다. 부산의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은 군함과 중형 선박을, 창원의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은 중형 유조선을, 전남 해남의 대한조선은 중대형 유조선을 주로 짓는다. 3편에서 본 2010년대 불황 때 이 회사들 상당수가 법정관리나 채권단 관리를 거쳤고, 주인이 바뀌었다.

중형 조선소의 고민은 중국과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점이다. 중형 유조선이나 벌크선은 중국 조선소가 더 싸게 짓는다. 그래서 이 회사들은 군함, 특수선, 친환경 연료 선박처럼 중국과 덜 겹치는 틈새를 찾고 있다.

4-6. 배 안에 들어가는 것들 — 기자재

배 한 척 값에서 조선소가 직접 만드는 몸통 말고도, 엔진·발전기·펌프·배관·전기 장비·단열재 같은 기자재가 큰 몫을 차지한다. 기자재 회사들은 조선소의 협력사이면서, 동시에 조선소의 원가를 정하는 공급자다.

엔진 쪽은 구조가 독특하다. 큰 배에 들어가는 저속 엔진의 설계 기술은 세계에 사실상 두 곳만 갖고 있다. 독일의 MAN 에너지 솔루션(2025년 에버렌스로 이름을 바꿨다 [확인 필요])과 스위스의 WinGD다. WinGD는 중국 국영 조선그룹(CSSC)이 소유하고 있다. HD현대나 한화엔진(옛 HSD엔진, 2024년 한화가 인수) 같은 회사는 이들의 설계를 라이선스로 받아 엔진을 만들고, 엔진 한 대마다 기술료를 낸다. 만드는 건 한국이 가장 많이 만들지만, 설계도의 주인은 유럽(과 중국)이라는 점이 반도체의 ARM과 비슷한 구조다. 연결: 반도체.

LNG 화물창은 2편에서 본 대로 프랑스 GTT가 원천 기술을 쥐고 기술료를 받는다. 그 화물창을 감싸는 보냉재(단열재)는 한국카본, 동성화인텍 같은 한국 회사가 강하다. LNG선 주문이 늘면 이 회사들의 실적도 함께 움직인다.

후판은 1편에서 본 대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주로 공급한다. 최근 몇 년은 값싼 중국산 후판이 많이 들어와서, 한국 철강회사들이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를 매겨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조선소는 싼 후판이 좋고, 철강회사는 비싸게 팔고 싶으니 둘의 이해가 엇갈린다. 연결: 배터리·소재(철강).

4-7. 힘의 논리 — 누가 갑인가

이제 이 지도에서 힘이 어디에 있는지 보자. 먼저 선주와 조선소. 이 관계는 시기에 따라 뒤집힌다. 주문이 넘치는 지금은 도크가 모자라니 조선소가 값을 올리고, 선수금도 더 받는다. 반대로 2010년대 불황 때는 선주가 헤비테일 계약을 요구하고, 조선소는 손해를 보면서도 일감을 받았다. 조선소의 힘은 '도크가 얼마나 차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가장 안정적인 쪽은 원천 기술을 쥔 회사다. GTT나 엔진 설계사는 호황이든 불황이든 배가 한 척 지어질 때마다 일정 몫을 받는다. 공장도 도크도 필요 없다. 다만 중국이 자체 화물창 기술과 엔진 설계를 키우고 있어, 이 독점이 언제까지 갈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다. RG(선수금 환급 보증)를 써 주는 국책은행, 조선소 매각을 정하는 산업은행, 그리고 이제는 미국 정부까지. 한국과 미국은 2025년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돕는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협력에 합의했고, 한국은 이 분야에 1,500억 달러 규모를 약속했다. 조선은 원래도 정부와 가까운 산업이었지만, 이제는 외교와 안보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연결: 정치·사회, 세계·지정학.

핵심 정리

한국 조선은 HD현대(엔진까지 가진 최대 그룹), 한화오션(방산 그룹의 LNG선·잠수함 강자), 삼성중공업(해양 설비·LNG선 집중) 빅3와 중형 조선소들로 이뤄져 있다. 배 안에는 엔진·화물창·보냉재·후판을 만드는 회사들이 줄지어 있고, 그중 설계 원천 기술을 쥔 해외 회사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돈을 번다. 조선소의 힘은 도크가 얼마나 차 있느냐에 따라 오르내린다.

그런데 조선소의 도크를 채우는 건 결국 배를 주문하는 해운사다. 해운사는 언제, 왜 배를 사고, 그 돈은 어디서 나올까? 마지막으로 바다 위의 운임 시장으로 넘어가 보자.

다음 편 예고 — 해운 운임은 어떻게 정해지나: 머스크와 HMM

컨테이너 운임이 왜 몇 배씩 뛰었다 떨어지는지, 세계 해운사들은 어떻게 뭉치고, 한국 해운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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