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누가 정하나] 2편
가스와 LNG — 파이프와 배 사이
AI Written
- 천연가스를 옮기는 두 가지 길
- LNG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나
- 2022년 유럽 가스 위기
- LNG를 파는 나라들
- 한국 — 세계 3위권 LNG 수입국
- LNG선 — 한국 조선의 효자
- 힘의 논리 — 장기계약은 보험이다
석유는 배나 파이프, 트럭으로 비교적 쉽게 옮길 수 있다. 천연가스는 다르다. 기체라서 부피가 크고, 멀리 보내려면 땅에 파이프를 깔거나 영하 162도로 얼려 액체(LNG)로 만들어 배에 실어야 한다. 이 운송 방식의 차이가 가스 시장의 모양을 정한다. 가스가 어떻게 옮겨지고, LNG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며, 2022년 유럽은 왜 가스 위기를 겪었는지, 그리고 세계 3위권 LNG 수입국인 한국의 처지는 어떤지 따라가 보자.
2-1. 천연가스를 옮기는 두 가지 길
천연가스를 옮기는 첫 번째 길은 파이프라인이다. 가스전에서 소비지까지 땅이나 바다 밑으로 관을 깔아 보낸다. 한번 깔면 싸게 많이 보낼 수 있지만, 파는 나라와 사는 나라가 관으로 묶인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이 대표적이다. 관이 지나가는 나라 사이의 관계가 나빠지면 가스도 멈춘다.
두 번째 길은 LNG(액화천연가스)다. 가스를 영하 162도로 냉각하면 액체가 되면서 부피가 약 600분의 1로 줄어든다. 이것을 특수한 배(LNG선)에 실어 바다 건너로 보내고, 도착한 곳에서 다시 기체로 되돌린다. 액화 공장과 운반선, 재기화 터미널까지 큰돈이 들지만, 파이프로 묶이지 않아 어느 나라에서나 사고팔 수 있다. 섬처럼 파이프가 닿지 않는 한국과 일본, 대만은 거의 전부 LNG로 가스를 들여온다.

2-2. LNG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나
석유와 달리 가스에는 하나의 세계 가격이 없다. 지역마다 기준 가격이 다르다. 미국은 헨리 허브, 유럽은 네덜란드의 TTF, 아시아는 JKM(일본·한국 기준 현물 가격)을 많이 본다. 운송이 어렵다 보니 지역 사이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도 한다.
아시아의 LNG 거래는 오랫동안 장기계약이 중심이었다. 15~20년 동안 일정한 양을 사기로 약속하고, 가격은 대체로 국제 유가에 연동한다. 한 해에 필요한 가스의 대부분을 장기계약으로 확보하고, 모자라는 양만 그때그때 현물 시장에서 산다. 장기계약은 가격이 크게 튈 때 완충 장치가 되지만, 가격이 떨어질 때는 비싸게 사는 셈이 되기도 한다.
2-3. 2022년 유럽 가스 위기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가스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 파이프 가스에 기대던 유럽은 큰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크게 줄였고, 그해 9월에는 발트해 밑의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이 폭발로 끊겼다. 유럽의 가스 가격(TTF)은 한때 평소의 열 배 가까이 치솟았다 [확인 필요: 최고치].
유럽은 부족한 가스를 LNG로 메웠다. 미국과 카타르의 LNG를 비싼 값에 사들이자, 아시아로 가던 LNG선까지 유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시아의 현물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지도를 찾아서]에서 본 것처럼 한 지역의 전쟁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흔든 것이다. 유럽은 이후 LNG 수입 터미널을 빠르게 늘렸다. 연결: 세계·지정학.
2-4. LNG를 파는 나라들
LNG 수출의 큰손은 미국, 카타르, 호주다. 미국은 셰일 가스를 바탕으로 LNG 수출을 빠르게 늘려 2023년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됐다 [확인 필요]. 카타르는 세계 최대 단일 가스전을 가진 나라로, 생산 능력을 크게 늘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주도 아시아 시장의 오랜 공급자다.
미국 LNG는 무역 협상의 카드가 되기도 한다. 미국은 무역 적자를 줄이려 상대국에 미국산 LNG를 더 사라고 요구하고, 한국과 일본도 미국 LNG 구매 확대와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검토해 왔다 [확인 필요: 진행 상황]. 에너지가 통상과 안보의 협상 테이블에 함께 올라가는 것이다. 연결: 정치·사회.
2-5. 한국 — 세계 3위권 LNG 수입국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세계 3위권의 LNG 수입국이다 [확인 필요: 순위]. LNG는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고, 집집마다 도시가스로 쓰이고, 공장의 원료가 된다. 수입의 큰 몫을 공기업 한국가스공사가 맡고, SK·GS·포스코 같은 민간 기업도 직접 들여온다.
2022년 가스 가격이 폭등했을 때 한국은 도시가스 요금을 원가만큼 올리지 못했다. 그 차이는 가스공사의 '미수금'으로 쌓였고, 그 규모가 10조 원대에 이르렀다 [확인 필요: 최신 규모]. [사회를 찾아서]에서 본 전기요금 동결과 같은 구조다. 지금 요금을 묶어 둔 비용은 언젠가 요금이나 세금으로 돌아온다. 연결: 정치·사회.
2-6. LNG선 — 한국 조선의 효자
LNG 시장이 커지면 웃는 곳이 있다. 한국 조선소다. [배를 찾아서]에서 본 대로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세계 대형 LNG 운반선 주문의 대부분을 따내 왔다. 영하 162도를 견디는 화물창을 만드는 기술이 어렵기 때문이다. 카타르의 대규모 증산 사업과 미국의 LNG 수출 확대는 한국 조선소에 수십 척 단위의 주문으로 이어졌다.

LNG선 한 척 값은 3,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확인 필요: 최근 선가]. 다만 화물창 핵심 기술의 특허는 프랑스 회사 GTT가 쥐고 있어서, 배 한 척마다 상당한 로열티가 나간다. 한국 조선소가 배를 만들어도 길목의 일부는 다른 나라가 쥐고 있는 셈이다. 연결: 조선·해운.
2-7. 힘의 논리 — 장기계약은 보험이다
가스 시장의 힘은 공급을 확실히 하는 쪽에 있다. 파이프로 묶인 유럽은 러시아에 기대다가 위기를 맞았고, LNG를 여러 나라에서 장기계약으로 들여오던 한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덜 흔들렸다. 장기계약은 평소에는 비싸 보이지만, 위기 때 물량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에너지 전환은 가스의 미래를 두고도 논쟁을 낳는다. 석탄보다 탄소를 덜 내니 재생에너지로 가는 '다리'라는 시각과, 결국 화석연료이니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시각이 맞선다. 그런데 AI 데이터센터처럼 전기 수요가 급증하는 곳에서는 빨리 지을 수 있는 가스 발전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스는 생각보다 오래 에너지의 한 축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연결: 전력·에너지, AI.
핵심 정리
천연가스는 파이프라인이나 LNG(영하 162도, 부피 약 600분의 1)로 옮기고, 지역마다 기준 가격(헨리 허브, TTF, JKM)이 다르다. 아시아는 유가 연동 장기계약이 중심이다. 2022년 러시아 가스가 끊기자 유럽 가스값이 폭등했고 세계 LNG 시장이 흔들렸다. 미국·카타르·호주가 LNG를 팔고, 한국은 세계 3위권 수입국이며, LNG선은 한국 조선의 효자다. 장기계약은 위기 때의 보험이다.
석유와 가스를 들여온 한국은 그 출렁임을 누가, 어떻게 받아 낼까. 다음 편에서는 정유사와 가스공사, 그리고 우리가 내는 기름값과 요금을 본다.
다음 편 예고 — 한국은 기름값을 어떻게 받아 내나: 정유사·가스공사·요금
원유를 전부 수입하는 한국에서 정유 4사는 어떻게 돈을 버는지, 휘발유 값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전기·가스 요금은 왜 국제 가격만큼 오르지 않는지 따라간다.
사진 출처
- 노르웨이 해협에 정박한 LNG 운반선: Gordon Leggett, CC BY-SA 4.0 (위키미디어)
- 일본 우라가 수도를 지나는 LNG 운반선: 青空白帆, CC BY 2.1 JP (위키미디어)
숫자 출처
- LNG 영하 162도, 부피 약 600분의 1: https://en.wikipedia.org/wiki/Liquefied_natural_gas
-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2022년 9월): https://en.wikipedia.org/wiki/2022_Nord_Stream_pipeline_sabotage
- 미국 세계 최대 LNG 수출국(2023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확인 필요]
- TTF 최고치, 한국 LNG 수입 순위, 가스공사 미수금 규모, LNG선 선가, 알래스카 LNG 진행 상황: 한국가스공사 공시·IGU 보고서·보도로 확인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