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누가 정하나] 1편
유가는 누가 정하나 — OPEC+와 미국 셰일
AI Written
- 유가란 무엇인가 — 브렌트·WTI·두바이
- OPEC과 OPEC+ — 산유국의 모임
- 미국 셰일 혁명 — 새로운 큰 손
- 가격 전쟁 — 마이너스 유가까지
- 수요 쪽 — 중국과 경기, 그리고 전기차
- 지정학 프리미엄 — 전쟁과 제재
- 힘의 논리 — 남는 생산 능력이 힘이다
2020년 4월 20일,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마이너스 37달러를 찍었다. 기름을 가져가는 사람에게 돈을 얹어 줘야 하는 날이었다. 2년 뒤인 2022년 3월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같은 기름값이 몇 년 사이 이렇게 출렁인다. 유가는 누가, 어떻게 정하는지, 산유국 모임 OPEC+와 미국 셰일은 어떻게 힘을 겨루는지, 그리고 그 출렁임이 산업에 어떻게 닿는지 따라가 보자.
1-1. 유가란 무엇인가 — 브렌트·WTI·두바이
뉴스에서 말하는 '유가'는 보통 원유 1배럴(약 159리터)의 가격이다. 원유는 나는 곳마다 성질이 조금씩 달라서, 세계는 몇 가지 대표 원유를 기준으로 삼는다. 북해에서 나는 브렌트유는 세계 원유 거래의 대표 기준이고, 미국의 WTI는 미국 시장의 기준이다. 아시아, 특히 한국은 중동에서 나는 두바이유 가격을 많이 본다.
원유 가격은 대부분 선물 시장에서 정해진다. 몇 달 뒤에 원유를 사고팔 약속을 오늘 거래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가에는 지금의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앞으로에 대한 기대, 전쟁 같은 위험, 달러 가치까지 반영된다. [경제를 찾아서]에서 본 금리와 환율처럼, 유가도 미래를 가격으로 바꾼 숫자다. 연결: 경제·시장.
1-2. OPEC과 OPEC+ — 산유국의 모임
유가를 움직이는 가장 큰 손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이다. 1960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베네수엘라가 만든 산유국 모임으로, 회원국들이 생산량을 함께 조절해 가격을 지키려 한다. 1973년 석유 파동 때 OPEC의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을 무기로 쓰면서 세계 경제가 흔들렸다.

2016년에는 러시아 등 OPEC 밖의 산유국들이 합류한 OPEC+가 만들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이끄는 이 모임은 세계 원유 생산의 큰 몫을 차지한다 [확인 필요: 비중]. 유가가 떨어지면 생산을 줄이고(감산), 오르면 늘린다(증산). OPEC+ 회의 결과 하나에 유가가 하루 몇 퍼센트씩 움직인다. 연결: 세계·지정학.
1-3. 미국 셰일 혁명 — 새로운 큰 손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판이 바뀌었다. 땅속 깊은 셰일(퇴적암) 층에 갇힌 석유와 가스를, 옆으로 길게 구멍을 뚫고(수평 시추) 높은 압력의 물로 바위를 깨서(수압 파쇄) 꺼내는 기술이 상업화됐다. 이것이 셰일 혁명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은 빠르게 늘어 2018년 무렵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셰일은 OPEC과 성격이 다르다. 수많은 민간 회사가 각자 가격을 보고 움직인다. 유가가 오르면 몇 달 안에 새 유정을 뚫어 생산을 늘리고, 떨어지면 빠르게 줄인다. 그래서 셰일은 유가가 너무 오르지 못하게 막는 '뚜껑' 역할을 한다는 해석이 있다. 다만 좋은 유정이 줄고 투자자들이 이익 배당을 원하면서, 예전처럼 빠르게 늘리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확인 필요].
1-4. 가격 전쟁 — 마이너스 유가까지
OPEC과 셰일의 힘겨루기는 가격 전쟁으로 터지기도 했다. 2014년 셰일 생산이 급증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 대신 생산을 유지해 가격을 떨어뜨렸다. 비용이 비싼 셰일 회사들을 시장에서 밀어내려는 계산이었다는 해석이 많다.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2016년 초 3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2020년 코로나19 때는 더 극적이었다. 사람들이 이동을 멈추자 원유 수요가 갑자기 줄었고, 같은 시기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며 가격 전쟁까지 벌였다. 원유를 저장할 곳이 바닥나자 2020년 4월 WTI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결국 OPEC+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산에 합의했다. 연결: 경제·시장.
1-5. 수요 쪽 — 중국과 경기, 그리고 전기차
공급만큼 중요한 것이 수요다. 지난 20여 년 세계 원유 수요 증가의 상당 부분은 중국이 이끌었다. 중국 경기가 좋으면 유가가 오르고, 나빠지면 내린다. 그래서 유가는 세계 경기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경기 침체 걱정이 커지면 유가가 먼저 떨어진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가 변수다. 원유의 큰 몫이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데, [자동차를 찾아서]에서 본 전기차가 늘면 그만큼 수요가 줄어든다. 중국의 휘발유·경유 수요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확인 필요]. 원유 수요가 언제 정점을 찍을지를 두고 국제에너지기구(IEA)와 OPEC의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연결: 모빌리티.
1-6. 지정학 프리미엄 — 전쟁과 제재
유가에는 늘 위험의 값이 얹혀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세계 3위권 산유국인 러시아의 원유가 막힐 수 있다는 걱정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13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서방은 러시아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걸었고, 러시아 원유는 인도와 중국으로 흘러갔다. [지도를 찾아서]에서 본 그대로다.
중동도 마찬가지다. 세계 원유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높아지면 유가가 출렁인다. 이란, 이스라엘, 예멘 후티 반군을 둘러싼 충돌이 있을 때마다 '지정학 프리미엄'이 붙었다 빠졌다 한다. 다만 공급이 넉넉할 때는 전쟁 소식에도 유가가 생각보다 덜 오르기도 한다. 연결: 세계·지정학.
1-7. 힘의 논리 — 남는 생산 능력이 힘이다
석유 시장에서 진짜 힘은 '지금 얼마나 생산하느냐'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더 생산할 수 있느냐'에서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를 이끄는 이유는 생산을 빠르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여유 생산 능력을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유가 시장을 움직이는 지렛대가 된다.
한국처럼 원유를 전부 수입하는 나라는 이 힘겨루기에서 가격을 받아들이는 쪽이다. 유가가 오르면 무역수지가 나빠지고, 물가가 오르고, 기업의 비용이 늘어난다. 그래서 유가를 정하는 힘을 이해하는 것이 한국 경제를 읽는 기본이 된다. 이 출렁임을 한국이 어떻게 받아 내는지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본다.
핵심 정리
유가는 브렌트·WTI·두바이 같은 기준 원유의 선물 가격으로 정해지고, 수요·공급과 미래 기대, 위험이 함께 반영된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이끄는 OPEC+는 감산과 증산으로 가격을 조절하고, 미국 셰일은 빠르게 생산을 늘리는 새 큰손이 됐다. 2014년 가격 전쟁과 2020년 마이너스 유가, 2022년 러시아 침공 때의 급등처럼 유가는 크게 출렁인다. 석유 시장의 힘은 남는 생산 능력에서 나온다.
석유와 함께 에너지의 다른 한 축이 천연가스다. 가스는 파이프로 오기도 하고, 영하 162도로 얼려 배로 오기도 한다. 다음 편에서는 LNG 시장의 구조를 본다.
다음 편 예고 — 가스와 LNG: 파이프와 배 사이
천연가스를 옮기는 두 가지 길, LNG 가격이 정해지는 방식, 2022년 유럽 가스 위기, 그리고 세계 3위권 LNG 수입국인 한국의 처지를 따라간다.
사진 출처
- 오스트리아 빈의 OPEC 본부: Bwag, CC BY-SA 4.0 (위키미디어)
- 미국 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원유 펌프: Quintin Soloviev, CC BY 4.0 (위키미디어)
숫자 출처
- 2020년 4월 WTI 마이너스 가격: https://en.wikipedia.org/wiki/2020_Russia–Saudi_Arabia_oil_price_war
- OPEC 설립(1960년), OPEC+(2016년): https://en.wikipedia.org/wiki/OPEC
- 2014~2016년 유가 하락: https://en.wikipedia.org/wiki/2010s_oil_glut
- 미국 세계 최대 산유국(2018년 무렵):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https://www.eia.gov/ [확인 필요]
- OPEC+의 세계 생산 비중, 셰일 증산 속도, 중국 연료 수요 정점 분석: IEA·OPEC 보고서로 확인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