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을 찾아서] 4편
한국 방산 기업 지도 —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KAI
AI Written
- 한국 방산은 어떻게 시작됐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지상 무기와 엔진
- 현대로템 — 전차와 철도
- LIG넥스원 — 유도무기
- KAI — 한국의 유일한 완제기 회사
- 그 밖의 회사들 — 탄약, 부품, 전자
- 아직 남은 빈칸 — 핵심 부품의 국산화
K9 자주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2 전차는 현대로템이, 천궁-II 미사일은 LIG넥스원이, FA-50은 KAI가 만든다. 앞에서 무기를 봤다면 이번에는 그 무기를 만드는 회사들을 볼 차례다. 이 회사들은 어디서 출발했고, 무엇으로 돈을 벌고, 아직 무엇을 외국에 기대고 있을까? 한국 방산 기업 지도를 그려 보자.
4-1. 한국 방산은 어떻게 시작됐나
한국 방산의 출발점은 1970년대다. 1968년 북한 특수부대의 청와대 습격 시도(1·21 사태)와 1970년대 초 주한미군 일부 철수로 위기감이 커지자, 박정희 정부는 '자주국방'을 내걸고 무기를 스스로 만들기로 했다.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세우고, 소총과 박격포 같은 기본 무기부터 국산화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국 무기를 그대로 베끼거나 면허를 받아 만드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1980~90년대 K1 전차, K200 장갑차, K9 자주포처럼 한국 지형에 맞춘 무기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특정 기업을 '방산업체'로 지정해 무기 생산을 맡기는 방식이었고, 이때 지정된 대기업 계열사들이 지금 방산 기업들의 뿌리다. [배를 찾아서]에서 본 조선과 마찬가지로, 방산도 정부가 산업을 키운 사례다. 연결: 정치·사회.
4-2.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지상 무기와 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금 한국 최대 방산 기업이다. 뿌리는 삼성이다. 원래 삼성테크윈이라는 이름으로 K9 자주포와 항공기 엔진을 만들었는데, 2014년 삼성과 한화의 '빅딜'로 한화그룹에 넘어갔다. 이후 한화 안의 다른 방산 회사들을 합쳐 덩치를 키웠다.
주력은 지상 무기다. 2편에서 본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호주에 팔린 레드백 보병전투차량을 만든다. 여기에 항공기 엔진이 있다. 전투기 엔진은 세계에서 몇 나라만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는 최고난도 부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GE의 엔진을 면허 생산하면서 경험을 쌓고 있고, KF-21에 들어가는 엔진도 GE의 설계로 만든다. 우주 발사체 누리호의 엔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다. 연결: 방산·우주(우주 산업).

한화그룹 전체로 보면 그림이 더 크다. 레이더와 전자장비를 만드는 한화시스템, [배를 찾아서]에서 본 잠수함·군함 조선소 한화오션이 함께 있다. 땅, 바다, 하늘, 우주를 한 그룹에서 다루는 구조라, 해외 정부에 '패키지'로 팔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4-3. 현대로템 — 전차와 철도
현대로템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다. K1, K2 전차를 만드는 방산 부문과 함께 KTX 같은 고속철도·전동차를 만드는 철도 부문을 가지고 있다. 둘 다 무겁고 복잡한 쇳덩어리를 정밀하게 만드는 일이라 기술과 공장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오랫동안 현대로템은 철도 사업의 낮은 수익성 때문에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를 바꾼 것이 2편에서 본 폴란드 K2 수출이다. 1차·2차 계약이 이어지면서 방산 부문이 회사 이익의 대부분을 내는 구조로 바뀌었다. 한 번의 큰 수출 계약이 회사의 정체성을 바꾼 셈이다. 연결: 모빌리티(철도).
4-4. LIG넥스원 — 유도무기
LIG넥스원은 유도무기 전문 회사다. 유도무기는 스스로 목표를 찾아가는 미사일이다. 대표 제품은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II다. 3편에서 본 미국의 패트리엇과 비슷하게, 날아오는 항공기와 미사일을 지상에서 요격한다. 그 밖에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 함정용 미사일 해궁, 대전차미사일 현궁 등을 만든다.
천궁-II는 2022년 아랍에미리트,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수출 계약을 맺었다 [확인 필요: 각 계약 규모]. 중동 나라들은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자주 받아 요격 미사일 수요가 크다. 패트리엇보다 싸고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미사일은 한 번 쏘면 사라지는 소모품이라, 전쟁과 긴장이 이어지는 한 계속 다시 사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 구조가 안정적이다. 연결: 세계·지정학.

LIG넥스원은 LG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LIG그룹 계열사다. 원래 이름은 LG이노텍의 방산 부문에서 시작한 넥스원퓨처였다 [확인 필요: 연혁].
4-5. KAI — 한국의 유일한 완제기 회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한국에서 비행기를 통째로 만드는 유일한 회사다. 1999년 외환위기 뒤 정부 주도로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의 항공 부문을 하나로 합쳐 만들었다. 비행기를 만드는 회사가 셋이나 되기엔 한국 시장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반도체에서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합쳐진 것과 같은 시기, 같은 논리다.
KAI의 대표 제품은 T-50 훈련기와 2편에서 본 FA-50, 기동 헬기 수리온, 그리고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다. KF-21은 2015년 개발을 시작해 2022년 첫 비행을 했고, 2026년 첫 양산기를 공군에 넘기는 것이 목표다 [확인 필요: 인도 일정]. 스텔스 기능 일부를 갖춘 4.5세대 전투기로, 성공하면 한국은 전투기를 직접 개발한 몇 안 되는 나라가 된다. KAI는 위성도 만든다.

4-6. 그 밖의 회사들 — 탄약, 부품, 전자
큰 무기 회사 아래에는 수많은 부품·소재 회사가 있다. 풍산은 포탄과 총알을 만드는 탄약 회사다. 원래 구리 가공이 본업인데, 탄피를 만드는 구리 합금 기술이 탄약 사업으로 이어졌다. 3편에서 본 대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55mm 포탄 수요가 폭발하면서 주목받았다. 연결: 배터리·소재(구리).
SNT다이내믹스는 전차·장갑차의 변속기를, HD현대인프라코어는 전차용 엔진을 만든다. 두 회사는 K2 전차 파워팩 국산화의 핵심이다.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은 레이더·통신 장비를, 여러 중소기업이 광학 장비와 전자 부품을 만든다. 무기 하나에 수백 개 협력사가 엮여 있어서, 방산 수출이 늘면 지방 산업단지의 중소기업까지 함께 움직인다.
4-7. 아직 남은 빈칸 — 핵심 부품의 국산화
한국 방산이 빠르게 컸지만, 핵심 부품에는 여전히 빈칸이 있다. 가장 큰 것이 전투기 엔진이다. KF-21과 FA-50은 미국 GE 설계의 엔진을 쓰기 때문에, 이 비행기를 다른 나라에 팔려면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정부는 2030년대까지 전투기 엔진을 독자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확인 필요].
또 하나는 반도체다. 레이더, 미사일 유도장치, 통신 장비에는 특수한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상당수를 미국 등 해외에서 사 온다. 고성능 레이더에 쓰이는 질화갈륨(GaN) 반도체처럼 민간 반도체와 다른 종류도 있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도 방산용 반도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연결: 반도체.
이 빈칸들이 중요한 이유는 3편에서 본 수출 통제 때문이다. 핵심 부품을 남에게 기대면, 무기를 팔 수 있는지 없는지를 그 부품을 가진 나라가 정한다. 결국 방산의 힘의 논리도 반도체와 같다. 대체하기 어려운 것을 쥔 쪽이 이긴다.
핵심 정리
한국 방산은 1970년대 정부의 자주국방 정책에서 출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지상 무기·엔진), 현대로템(전차·철도), LIG넥스원(유도무기), KAI(항공기)로 정리됐다. 수출이 늘면서 이 회사들의 이익 구조가 크게 바뀌었고, 수많은 부품 협력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다만 전투기 엔진과 방산용 반도체 같은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은 여전히 숙제다.
다음 편 예고 — 우주 산업: 발사체와 위성, 스페이스X와 누리호
로켓을 쏘는 비용이 왜 갑자기 싸졌는지, 위성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그리고 한국 우주 산업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따라간다.
사진 출처
- K21 보병전투차량: Rheo1905, CC BY-SA 3.0 (위키미디어)
- 천궁-II 포대: 방위사업청, 공공누리 제1유형 (위키미디어)
- KAI가 만든 기동 헬기 수리온의 시범 비행: 대한민국 공군(KAI), CC BY 2.0 (위키미디어)
숫자 출처
- 삼성·한화 빅딜(2014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혁: https://en.wikipedia.org/wiki/Hanwha_Aerospace
- KAI 설립(1999년), KF-21 첫 비행(2022년): https://en.wikipedia.org/wiki/Korea_Aerospace_Industries, https://en.wikipedia.org/wiki/KAI_KF-21_Boramae
- 천궁-II 수출(아랍에미리트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2024년): https://en.wikipedia.org/wiki/KM-SAM [확인 필요: 계약 규모]
- LIG넥스원 연혁, 전투기 엔진 독자 개발 계획: 각 사·방위사업청 발표로 확인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