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찾아서] 2편
엔진에서 모터로 — 전기차는 무엇이 바뀌나
AI Written
엔진차의 보닛을 열면 엔진과 변속기, 배기관과 연료 탱크가 빽빽하다. 전기차는 그 자리에 바닥 전체를 덮은 배터리 한 덩어리와, 수박만 한 모터 하나가 있다. 움직이는 부품의 수가 크게 줄고, 대신 배터리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들어온다. 엔진이 모터로 바뀌면 차 안에서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생기는지, 그 변화가 자동차 산업의 지도를 어떻게 다시 그리는지 따라가 보자.
2-1. 엔진차는 어떻게 움직이나
엔진차(내연기관차)는 연료를 태워 움직인다. 엔진의 실린더 안에서 휘발유나 경유가 폭발하면 피스톤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이 움직임이 회전으로 바뀌어 바퀴로 간다. 엔진은 특정 속도에서만 힘을 잘 내기 때문에, 속도에 맞게 회전을 바꿔 주는 변속기가 필요하다. 여기에 연료를 넣는 장치, 배기가스를 내보내고 깨끗하게 만드는 장치, 엔진을 식히는 장치가 붙는다.

엔진과 변속기는 100년 넘게 다듬어진 정밀 기계다. 수천 개의 움직이는 부품이 맞물려 돌아가고, 이 기술을 완성차 회사들이 직접 쥐고 있었다. 1편에서 본 '완성차가 엔진만큼은 직접 만든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새 회사가 자동차 시장에 들어오기 어려웠던 가장 큰 벽이 바로 엔진이었다.
2-2. 전기차는 어떻게 움직이나
전기차는 훨씬 단순하다. 배터리에 담긴 전기가 인버터를 거쳐 모터가 쓸 수 있는 형태(교류)로 바뀌고, 모터가 그 전기로 바퀴를 돌린다. 모터는 멈춘 상태에서도 바로 큰 힘을 내고 넓은 속도에서 효율이 좋아, 복잡한 변속기가 필요 없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모터가 거꾸로 발전기가 되어 전기를 배터리에 다시 채우는 회생 제동도 할 수 있다.
그 결과 움직이는 부품의 수가 크게 준다. 엔진차의 파워트레인에는 움직이는 부품이 수백~수천 개지만, 전기차 모터에는 수십 개 수준이라는 비교가 자주 나온다 [확인 필요: 출처마다 수치가 다름]. 엔진오일을 갈 필요도 없다. 대신 배터리를 차 바닥에 넓게 까는 납작한 판 모양의 뼈대(스케이트보드 플랫폼)가 표준처럼 쓰이게 됐다.
2-3. 사라지는 부품, 새로 생기는 부품
전기차로 바뀌면 엔진과 변속기, 연료 펌프, 배기관과 촉매 장치, 점화 플러그 같은 부품이 사라진다. 이런 부품을 만들던 협력사들은 일감이 줄어든다. 독일과 일본, 한국의 엔진 부품 회사들이 전기차 부품으로 사업을 바꾸려고 애쓰는 이유다.
대신 새 부품이 들어온다. 가장 큰 것은 배터리로, 전기차 값의 30~40%를 차지한다 [확인 필요]. 그다음은 전기를 다루는 전력 전자다. 인버터와 충전기 안에는 전기를 빠르게 켜고 끄는 전력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요즘은 효율이 좋은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가 많이 쓰인다. 배터리를 적정 온도로 지키는 열관리 시스템(히트펌프 등)도 중요해졌다. 연결: 배터리·소재, 반도체.
2-4. 배터리가 차값을 정한다
전기차의 가장 큰 숙제는 값이다. 같은 크기라면 전기차가 엔진차보다 비싼데, 그 차이의 대부분이 배터리값이다. 그래서 전기차의 값과 주행거리는 결국 배터리가 정한다. [배터리를 찾아서]에서 본 NCM과 LFP의 선택이 곧 차의 성격과 값을 정하는 셈이다. 멀리 가는 고급차는 NCM을, 싼 보급형 차는 LFP를 쓰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배터리값은 빠르게 내려왔다. 2010년 kWh당 1,000달러가 넘던 배터리 팩 가격은 2024년 10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확인 필요: 연도별 수치]. 이 값이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가 엔진차와 비슷한 값이 된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에서는 이미 그런 전기차가 나오고 있다. 연결: 배터리·소재.
2-5. 하이브리드 — 중간 다리
엔진과 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도 있다. 도요타가 1997년 프리우스로 대중화했다. 멈췄다 출발할 때나 천천히 달릴 때는 모터를, 빠르게 달릴 때는 엔진을 써서 연료를 아낀다. 외부 전기로 충전해 수십 km는 전기로만 달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엔진은 발전만 하고 바퀴는 모터로 돌리는 주행거리 연장형(EREV)도 있다.
하이브리드는 2020년대 중반 다시 주목받았다. 전기차 수요가 기대보다 더디게 늘자(이른바 캐즘), 충전 걱정 없이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가 많이 팔렸다. 엔진과 모터 기술을 모두 가진 도요타와 현대차가 이 흐름에서 이익을 봤다. 반면 중국에서는 BYD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싸게 쏟아내며 시장을 키웠다. 연결: 배터리·소재.
2-6. 진입 장벽이 낮아지다
엔진이 사라지면서 자동차 시장의 벽이 낮아졌다. 엔진 기술이 없어도 배터리를 사 오고 모터를 달면 차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테슬라가 2000년대 실리콘밸리에서 차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배터리 회사였던 BYD와 스마트폰 회사 샤오미가 자동차 회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새 벽이 생겼다. 배터리를 싸게 많이 구하는 능력, 배터리와 모터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대규모 공장을 짓는 돈이다. 이 새 벽에서는 100년 된 완성차 회사가 꼭 유리하지 않다. 전기차 시대의 승자가 기존 강자와 다를 수 있는 이유다. 테슬라와 BYD 이야기는 뒤에서 따로 본다. 연결: AI, 반도체.
2-7. 힘의 논리 — 부품 지도의 재편
엔진 시대에 완성차 회사는 '엔진을 만드는 회사'였다. 전기차 시대에는 그 핵심을 남에게 사 와야 한다. 배터리는 셀 회사에서, 전력 반도체는 인피니언, ST마이크로, 온세미 같은 반도체 회사에서 온다. 그래서 완성차 회사들은 배터리 회사와 합작 공장을 세우고, 반도체 회사와 장기 계약을 맺으며 핵심 부품을 붙잡으려 한다. [배터리를 찾아서]에서 본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GM·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이 그 예다.
한국 부품 회사들에게 이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엔진 부품의 일감은 줄지만,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부품, 한온시스템의 열관리, LG마그나(LG전자와 캐나다 마그나의 합작)의 모터·인버터처럼 새 부품에서 자리를 잡는 회사들이 나오고 있다. 부품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지금이 순위가 바뀌는 시기다. 연결: 배터리·소재, 반도체.
핵심 정리
엔진차는 연료를 태워 엔진과 변속기로 바퀴를 돌리고, 전기차는 배터리의 전기를 인버터와 모터로 바퀴에 보낸다. 엔진·변속기·배기 부품이 사라지고 배터리·전력 반도체·열관리가 새로 들어오면서, 차값의 큰 몫이 배터리로 옮겨 갔다. 엔진이라는 진입 장벽이 낮아져 테슬라와 BYD 같은 새 회사가 들어왔고, 하이브리드는 그 전환의 중간 다리가 되고 있다.
이 전환기에 한국에는 세계 3위권까지 올라온 자동차 회사가 있다. 다음 편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본다.
다음 편 예고 — 현대차·기아는 어떻게 세계 3위권이 됐나
조립 공장에서 출발한 현대차가 어떻게 자기 차를 만들고, 품질의 벽을 넘고, 기아를 품어 세계 3위권이 됐는지 따라간다.
사진 출처
숫자 출처
- 도요타 프리우스 출시(1997년): https://en.wikipedia.org/wiki/Toyota_Prius
- 배터리 팩 가격(2010년 kWh당 1,000달러 이상 → 2024년 100달러대 초반): 블룸버그NEF 배터리 가격 조사, https://about.bnef.com/blog/lithium-ion-battery-pack-prices-see-largest-drop-since-2017-falling-to-115-per-kilowatt-hour-bloombergnef/ [확인 필요: 링크와 수치]
-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2021년 설립): https://en.wikipedia.org/wiki/LG_Magna_e-Powertrain [확인 필요: 링크]
- 엔진차와 전기차의 움직이는 부품 수, 전기차 원가 중 배터리 비중: 출처마다 차이가 커서 확인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