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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를 찾아서] 4편

리튬·니켈·흑연은 누가 쥐고 있나 — 채굴보다 정련

AI Written

2026.11.05 · 12분 · 배터리·소재 / 세계·지정학 / 정치·사회

  1. 배터리 한 대에 들어가는 광물
  2. 리튬 — 소금물과 돌
  3. 니켈 — 인도네시아의 승부수
  4. 코발트 — 콩고
  5. 흑연 — 가장 중국적인 소재
  6. 왜 캐는 곳보다 정련하는 곳이 센가
  7. 미국과 한국의 대응

배터리는 결국 광물 덩어리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이 땅속에서 나와 여러 나라를 거친 뒤에야 양극재와 음극재가 된다. 그런데 이 광물들이 많이 나는 나라와, 그것을 배터리에 쓸 수 있게 다듬는 나라는 다르다. 그리고 힘은 캐는 쪽보다 다듬는 쪽에 있다. 왜 그럴까? 배터리 원료의 지도를 펼쳐 보자.

4-1. 배터리 한 대에 들어가는 광물

전기차 한 대에는 일반 내연기관 차보다 훨씬 많은 광물이 들어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기차 한 대에 드는 광물이 내연기관 차의 약 6배라고 추정한다(대략치, 구리·알루미늄 포함) [확인 필요]. 그 대부분이 배터리에 들어간다.

배터리용 광물은 크게 다섯 가지다. 양극재에 들어가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그리고 음극재가 되는 흑연이다. 여기에 전기를 모으는 얇은 판(집전체)에 쓰이는 구리와 알루미늄이 더해진다. 2편에서 본 NCM은 니켈과 코발트를, LFP는 철과 인을 쓰니, 어떤 배터리가 많이 팔리느냐에 따라 필요한 광물도 달라진다.

광물마다 나는 곳이 다르고, 그곳을 쥔 나라와 회사도 다르다. 하나씩 보자.

4-2. 리튬 — 소금물과 돌

리튬은 두 가지 방식으로 얻는다. 하나는 소금물이다. 남미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의 고원에는 리튬이 녹아 있는 거대한 소금 호수(염호)가 있다. 이 지역을 '리튬 삼각지대'라고 부른다. 소금물을 넓은 웅덩이에 퍼 올려 1년 넘게 햇볕에 말리면 리튬이 진하게 남는다. 다른 하나는 돌이다. 호주에서는 리튬이 든 광석(스포듀민)을 캐서 부수고 녹여 리튬을 뽑는다. 호주는 세계에서 리튬을 가장 많이 캐는 나라다.

칠레 아타카마 소금 사막의 증발 연못(2016, 위성 사진)
칠레 아타카마 소금 사막의 증발 연못(2016, 위성 사진). 퍼 올린 소금물을 햇볕에 말려 리튬을 모은다.
서호주 그린부시스 리튬 광산(2023)
서호주 그린부시스 리튬 광산(2023). 돌(리튬 광석)을 노천에서 캐는 방식이다.

그런데 캐낸 리튬은 바로 배터리에 쓸 수 없다.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처럼 순도 높은 화학 제품으로 바꿔야(정련해야) 한다. 이 정련의 약 70%를 중국이 한다(2024년 기준, IEA). 호주에서 캔 광석 상당수가 배를 타고 중국으로 가서 정련된 뒤 다시 세계로 팔린다.

리튬 값은 롤러코스터다. 전기차 붐이 일던 2022년에는 탄산리튬 값이 2년 사이 몇 배로 뛰었다가, 2023~2024년 공급이 늘고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자 고점의 몇 분의 1로 떨어졌다(대략치) [확인 필요: 가격 수치]. 광산 하나를 여는 데 수년이 걸리니, 1편과 조선·해운에서 본 '시차가 만드는 사이클'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연결: 경제·시장.

4-3. 니켈 — 인도네시아의 승부수

니켈은 2편에서 본 하이니켈 NCM의 핵심 원료다. 지금 세계 니켈의 약 60%를 인도네시아가 캔다(2024년, IEA).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가 아니었다. 무엇이 바뀌었을까?

인도네시아는 원래 니켈 광석을 그대로 외국(주로 중국)에 팔았다. 그러다 2020년 니켈 원광 수출을 완전히 금지했다. "광석을 사 가지 말고,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지어 가공해서 가져가라"는 것이다. 그러자 중국 기업들이 대거 들어와 술라웨시섬 등에 거대한 제련 단지를 지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을 가공하는 나라가 됐고, 그 공장들의 대부분은 중국 기업 소유다.

이 전략은 성공했지만 그늘도 있다. 석탄 발전으로 공장을 돌리고 열대우림을 깎아 광산을 만들면서 환경 문제가 커졌다. 그리고 중국 자본이 대부분이라, 3편에서 본 미국의 '중국 배제' 규정에 걸리는 문제가 생겼다. 한국의 포스코홀딩스나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 등도 인도네시아에 투자했지만, 니켈의 큰 흐름은 여전히 중국 회사가 쥐고 있다 [확인 필요: 각 사 투자 현황]. 연결: 세계·지정학.

4-4. 코발트 — 콩고

코발트는 원료 지도에서 가장 한쪽에 쏠려 있다. 세계 코발트의 70% 이상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온다(대략치). 그리고 그 광산의 상당수를 중국 회사들이 가지고 있다. 코발트는 대부분 구리를 캐면서 함께 나오는 부산물이다.

콩고 카탕가의 무소노이 광산에서 구리·코발트 광석을 퍼 담는 모습(1980~1993년 사이)
콩고 카탕가의 무소노이 광산에서 구리·코발트 광석을 퍼 담는 모습(1980~1993년 사이).

콩고 코발트는 오래전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정식 광산 옆에서 맨손으로 광석을 캐는 소규모 채굴이 많고, 여기에 어린이 노동과 안전 문제가 얽혀 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배터리 회사들이 코발트를 줄이려는 데는 값뿐 아니라 이런 이유도 있다. 2편에서 본 하이니켈과 LFP가 모두 '코발트 줄이기'와 연결된다.

공급을 쥔 나라가 마음먹으면 값이 움직인다. 코발트 값이 너무 떨어지자 콩고 정부는 2025년 코발트 수출을 한동안 막았고, 값이 다시 뛰었다 [확인 필요: 수출 중단·쿼터 일정]. 한 나라의 결정이 세계 배터리 원가를 흔드는 구조다.

4-5. 흑연 — 가장 중국적인 소재

음극재의 원료인 흑연은 배터리 소재 중 중국 의존이 가장 심하다. 흑연은 땅에서 캐는 천연 흑연과, 석유·석탄 찌꺼기를 아주 높은 온도로 구워 만드는 인조 흑연이 있다. 어느 쪽이든 배터리용 흑연으로 가공하는 공정의 90% 이상을 중국이 맡는다(2024년, IEA).

천연 인상 흑연(2019)
천연 인상 흑연(2019). 이 비늘 모양 흑연을 다듬어 음극재를 만든다.

중국은 이 힘을 쓸 줄 안다. 2023년 말 중국은 흑연을 수출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확인 필요: 시행 시점].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자 맞대응한 조치로 해석됐다. 흑연이 막히면 음극재를 못 만들고, 음극재가 없으면 배터리를 못 만든다. 연결: 반도체.

한국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이 천연·인조 흑연 음극재를 국내에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원료가 되는 흑연 자체는 여전히 중국에서 많이 들여온다. 아프리카(모잠비크, 탄자니아)나 호주의 흑연 광산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이유다.

배터리 광물 공급망 지도 · 리튬(호주·칠레 채굴, 중국 정련), 니켈(인도네시아), 코발트(콩고), 흑연(중국)
캐는 나라와 다듬는 나라. 채굴은 여러 나라에 퍼져 있지만 정련은 중국에 몰려 있다(2024년 기준, 대략치).

4-6. 왜 캐는 곳보다 정련하는 곳이 센가

지도를 보면 묘한 점이 있다. 리튬은 호주와 칠레, 니켈은 인도네시아, 코발트는 콩고에서 나는데, 정련은 거의 다 중국이다. 땅에 묻힌 자원을 가진 나라보다 그것을 다듬는 나라가 더 힘이 세다. 왜일까?

첫째, 정련은 공장이고, 공장은 빨리 늘릴 수 없다. 정련 공장을 지으려면 수년의 시간, 큰 돈, 많은 전기, 그리고 독한 화학 물질을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중국은 20년 가까이 정부 지원을 받으며 이 공장들을 지어 왔다. 둘째, 환경 부담을 감수했다. 정련은 오염이 많아 선진국들은 오랫동안 이 일을 피했다. 셋째, 규모가 가격을 정한다. 중국 정련 회사들이 워낙 크게, 싸게 만들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새 공장을 지어도 가격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반도체에서 장비와 파운드리가 병목이었다면, 배터리에서는 정련이 병목이다. 병목을 쥔 쪽이 힘을 갖는다는 원리는 같다. 연결: 반도체.

4-7. 미국과 한국의 대응

미국은 3편에서 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배터리 광물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에서 가져오도록 하고, 중국 등 '우려 국가' 기업의 원료는 빼도록 했다. 원료를 중국 밖으로 끌어내려는 것이다. 연결: 정치·사회.

한국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에 투자해 리튬을 직접 생산하고, 고려아연은 니켈·전구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확인 필요]. 다 쓴 배터리에서 리튬·니켈·코발트를 다시 뽑아내는 재활용도 중요해졌다. 광산 대신 폐배터리를 캔다고 해서 '도시 광산'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원료의 큰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기는 어렵다. 광산은 10년, 정련 공장은 수년이 걸린다. 그 사이 배터리 값은 원료 값에 따라, 원료 값은 몇몇 나라의 결정에 따라 출렁일 것이다.

핵심 정리

배터리 광물은 리튬(호주·남미), 니켈(인도네시아), 코발트(콩고), 흑연(중국)으로 채굴지가 나뉘지만, 배터리용으로 다듬는 정련은 대부분 중국이 한다. 정련은 시간·돈·전기·환경 부담이 큰 공장 사업이라 쉽게 따라잡을 수 없고, 그래서 캐는 나라보다 다듬는 나라가 힘이 세다. 미국과 한국은 광산 투자, 정련 공장, 재활용으로 중국 밖의 공급망을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런데 배터리 말고도 한국 경제를 받치는 큰 소재 산업이 있다. 배를 만드는 철강, 그리고 플라스틱을 만드는 석유화학이다. 다음 편에서는 소재 산업의 큰 그림을 본다.

다음 편 예고 — 소재 산업의 큰 그림: 철강과 석유화학

쇳물과 나프타가 어떻게 수많은 산업의 출발점이 되는지, 그리고 중국의 대규모 증설이 한국 철강·석유화학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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