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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를 찾아서] 3편

셀 회사들의 싸움 —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vs CATL·BYD

AI Written

2026.11.05 · 12분 · 배터리·소재 / 모빌리티 / 세계·지정학

  1. 세계 배터리 순위
  2. CATL — 10여 년 만에 세계 1위
  3. BYD — 배터리 회사가 차를 만들다
  4. LG에너지솔루션 — 한국 1위
  5. 삼성SDI와 SK온
  6. 미국이라는 전장
  7. 힘의 논리 — 자동차 회사 vs 배터리 회사

2025년 세계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 10개 중 4개는 한 회사, 중국 CATL이 만들었다. 2위 BYD까지 합치면 절반이 넘는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배터리 하면 한국과 일본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그리고 한국 셀 3사는 지금 어떤 전장에서, 어떤 무기로 싸우고 있을까?

3-1. 세계 배터리 순위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는 약 1,187GWh로 1년 사이 30% 넘게 늘었다. 이 중 CATL이 39.2%, BYD가 16.4%를 차지했다. 두 중국 회사가 세계 시장의 55.6%를 가져간 것이다. 한국 회사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9.2%로 3위, SK온이 3.7%, 삼성SDI가 2.4%로 뒤를 이었다.

숫자만 보면 중국의 압승이다. 다만 이 숫자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안의 판매가 크게 들어 있다. 중국에서 팔리는 전기차는 거의 다 중국 배터리를 쓰기 때문이다. 중국을 빼고 보면 한국 회사들의 점유율은 훨씬 높아진다 [확인 필요: 중국 제외 점유율]. 어떻게 이런 구도가 만들어졌는지, 두 중국 회사부터 보자.

3-2. CATL — 10여 년 만에 세계 1위

CATL은 2011년 중국 남동부 푸젠성 닝더에서 세워졌다. 창업자 쩡위췬은 중국 엔지니어로, 원래 애플 아이폰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던 ATL(일본 TDK에 인수된 회사)을 이끌던 사람이다. ATL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따로 떼어 낸 것이 CATL이다. 첫 큰 고객은 독일 BMW였다.

CATL이 빠르게 큰 데는 중국 정부의 역할이 컸다. 2015~2016년 중국 정부는 '배터리 모범 기준(화이트리스트)'을 만들어 여기에 든 배터리를 쓴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줬다. 그런데 이 목록에 한국 배터리 회사는 들어가지 못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를 쓴 차는 보조금을 못 받게 된 것이다. 그 사이 CATL은 커지는 중국 시장을 거의 혼자 먹으며 덩치를 키웠고, 2017년 무렵 세계 1위에 올랐다 [확인 필요: 1위 연도].

지금 CATL의 무기는 규모와 가격이다. 2편에서 본 LFP와 NCM을 모두 만들고, 공장 규모가 워낙 커서 같은 배터리를 누구보다 싸게 만든다. 2025년에는 홍콩 증시에도 상장해 해외 공장을 지을 돈을 모았다. 유럽(독일·헝가리)에 공장을 세웠고, 미국에는 자동차 회사에 기술만 빌려주는(라이선스) 방식으로 들어가려 한다.

독일 아른슈타트의 CATL 공장(2020)
독일 아른슈타트의 CATL 공장(2020). CATL의 첫 해외 공장이다.

3-3. BYD — 배터리 회사가 차를 만들다

BYD는 1995년 중국 화학자 왕촨푸가 휴대폰 배터리 회사로 세웠다. 2003년 작은 자동차 회사를 사들여 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 중 하나다.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합치면 2024년부터 테슬라보다 많이 팔았다 [확인 필요].

BYD의 특징은 무엇이든 직접 만든다는 것이다. 배터리, 모터, 차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까지 직접 만들고, 2편에서 본 블레이드 배터리도 자체 기술이다. 부품을 남에게 사지 않으니 원가를 낮추기 쉽고, 공급이 막힐 걱정이 적다. 배터리를 다른 자동차 회사에 팔기도 한다. 자동차 회사이면서 배터리 회사인 셈이다. 연결: 모빌리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2025) · CATL 39.2%, BYD 16.4%, LG에너지솔루션 9.2%, SK온 3.7%, 삼성SDI 2.4%
2025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SNE리서치). 두 중국 회사가 절반이 넘는다.

3-4. LG에너지솔루션 — 한국 1위

LG에너지솔루션의 뿌리는 LG화학이다. LG화학은 1990년대 후반 휴대폰·노트북 배터리를 시작했고, 2000년대 전기차 배터리에 일찍 뛰어들었다. 2010년 미국 GM의 전기차 볼트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2020년 배터리 사업을 떼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독립했고, 2022년 상장할 때 약 12조 7천억 원을 모아 한국 증시 역사상 최대 공모가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을 주로 만든다. 고객은 GM, 현대차, 테슬라, 폭스바겐 등 다양하다. 가장 큰 특징은 미국에 공장이 많다는 점이다. GM, 혼다, 현대차와 함께 합작 공장을 세우고, 단독 공장도 지었다. 다음에 볼 미국의 정책 때문이다.

3-5. 삼성SDI와 SK온

삼성SDI는 원래 브라운관(옛 TV 화면)을 만들던 삼성 계열사다. 브라운관 시장이 사라지자 배터리로 주력을 바꿨다. 1편에서 본 각형 셀이 주력이고, 고객은 BMW,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푸조 등을 가진 자동차 그룹), 볼보 같은 유럽 회사가 많다. 점유율보다 수익성을 앞세워 왔고, 2편에서 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 중 하나다.

헝가리 괴드의 삼성 공장 일대(2015, 항공 사진)
헝가리 괴드의 삼성 공장 일대(2015, 항공 사진). 삼성SDI는 이곳을 전기차 배터리 공장으로 바꿨다 [확인 필요].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을 2021년 떼어 낸 회사다. 셋 중 가장 늦게 시작했지만 미국 포드, 현대차 등을 고객으로 잡으며 빠르게 공장을 늘렸다. 대신 큰 투자에 비해 매출이 따라오지 않아 출범 이후 적자가 이어졌고, 그룹 안에서 재무 구조를 다시 짜는 중이다 [확인 필요: 합병 등 최근 구조 개편].

세 회사 모두 같은 '한국 배터리'로 묶이지만, 셀 모양도, 고객도, 재무 상태도 다르다. 그래서 '배터리 업황이 좋다'는 뉴스가 나와도 세 회사의 주가는 따로 움직이곤 한다.

3-6. 미국이라는 전장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중국과 겨룰 수 있는 가장 큰 무대는 미국이다. 2022년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만들어, 북미에서 만든 배터리와 차에 큰 세금 혜택을 줬다. 동시에 중국 등 '우려 국가' 기업의 배터리와 원료는 혜택에서 빼도록 했다. 중국 배터리가 사실상 막힌 자리에 한국 회사들이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3사는 미국 곳곳에 수십조 원을 들여 공장을 지었다. 연결: 정치·사회.

그런데 2025년 미국 정치가 바뀌면서 이 그림이 흔들렸다. 새 법(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으로 전기차 구매자에게 주던 세액공제가 2025년 9월 말로 끝났다 [확인 필요]. 전기차 수요가 꺾이자 막 지은 한국 회사들의 미국 공장도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해 9월에는 미국 조지아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이민 당국이 한국인 근로자 수백 명을 단속해 구금하는 일도 있었다. 미국 투자가 정치에 얼마나 좌우되는지 보여 준 장면이다. 연결: 세계·지정학.

한국 회사들이 찾은 돌파구가 ESS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수요로 미국 ESS 시장이 커지고,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서, 미국 공장에서 만든 LFP 배터리를 ESS용으로 파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연결: 전력·에너지, AI.

3-7. 힘의 논리 — 자동차 회사 vs 배터리 회사

마지막으로 셀 회사의 고객, 자동차 회사와의 관계를 보자.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가장 비싼 부품이라, 자동차 회사는 배터리 회사에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 그래서 테슬라, 폭스바겐 같은 회사들은 배터리를 직접 만들려고 하고(내재화), 그게 어려우면 배터리 회사와 합작 공장을 세워 공급을 묶어 둔다. 한국 3사의 미국 공장 상당수가 합작인 이유다.

배터리 회사의 힘은 '대체하기 어려운가'에 달려 있다. CATL처럼 싸고 많이 만들 수 있으면 자동차 회사가 매달린다. 한국 회사들의 무기는 앞선 하이니켈 기술, 그리고 미국 안의 공장과 '중국이 아닌 공급망'이다. 그런데 그 공급망은 원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여전히 중국과 얽혀 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원료, 리튬과 니켈과 흑연을 누가 쥐고 있는지 본다.

핵심 정리

세계 전기차 배터리는 CATL과 BYD 두 중국 회사가 절반 넘게 차지한다. CATL은 중국 정부의 보호 속에서 커져 규모와 가격으로 앞서고, BYD는 배터리부터 차까지 직접 만든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은 하이니켈 기술과 미국 공장을 무기로 싸우지만, 미국 정책 변화로 전기차 수요가 흔들리자 ESS로 방향을 넓히고 있다.

다음 편 예고 — 리튬·니켈·흑연은 누가 쥐고 있나: 채굴보다 정련

배터리 원료가 어디서 나고, 왜 땅에서 캐는 나라보다 정련하는 나라가 힘이 센지, 그리고 그 자리에 중국이 어떻게 앉게 됐는지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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