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지도를 찾아서] 4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AI Written

2026.11.05 · 12분 · 세계·지정학 / 전력·에너지 / 조선·해운 / 방산·우주

  1. 러시아는 에너지 대국이다
  2. 유럽은 왜 러시아 가스에 기댔나
  3. 전쟁, 그리고 가스 위기
  4. LNG — 파이프라인의 빈자리
  5. 석유와 곡물 — 제재의 빈틈
  6. 유럽의 재무장 — 한국 방산의 기회
  7. 힘의 논리 — 에너지를 쥔 쪽과 끊을 수 있는 쪽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라 유럽 전체의 에너지 지도를 뒤집었다. 반세기 동안 러시아 가스로 공장과 집을 데우던 유럽이 몇 달 사이 그 가스를 끊어야 했다. 유럽 가스값은 열 배 가까이 뛰었고, 그 빈자리를 채울 LNG를 실어 나를 배와, 다시 무장하는 유럽이 살 무기가 한국으로 주문됐다. 전쟁과 에너지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따라가 보자.

4-1. 러시아는 에너지 대국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가스 수출국이자 손꼽히는 석유 수출국이다. 시베리아의 거대한 가스전에서 뽑은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유럽에 보내고, 그 돈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 왔다. 전쟁 전 러시아 정부 수입의 3분의 1 이상이 석유와 가스에서 나왔다 [확인 필요: 비율].

파이프라인 가스는 LNG와 다르다. 가스를 영하 162도로 얼려 배로 실어 나르는 LNG는 사는 나라를 바꿀 수 있지만, 파이프라인은 한번 깔면 그 길로만 오간다. 파는 쪽도 사는 쪽도 서로에게 묶이는 구조다. [배를 찾아서]에서 본 LNG선이 비싼 이유, 그리고 유럽이 러시아에 깊이 묶이게 된 이유가 여기 있다. 연결: 조선·해운, 전력·에너지.

4-2. 유럽은 왜 러시아 가스에 기댔나

냉전 중이던 1970년대부터 서독은 소련 가스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무역으로 얽히면 전쟁 위험이 줄어든다는 생각이었다. 냉전이 끝난 뒤에도 이 생각은 이어졌다. 러시아 가스는 싸고 많았고, 독일은 그 싼 가스로 화학과 자동차 산업을 키웠다. 2011년에는 발트해 밑으로 러시아와 독일을 바로 잇는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이 열렸다.

그 결과 전쟁 직전인 2021년 유럽연합이 쓰는 가스의 약 40%가 러시아산이었다. 독일은 그보다 더 높았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도 유럽은 가스 수입을 줄이지 않았고, 오히려 두 번째 노르트스트림(노르트스트림 2)을 지었다. 에너지가 정치를 묶어 둘 거라는 믿음이 거꾸로 러시아에 무기를 쥐여 준 셈이다.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 공사(2011)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 공사(2011). 파이프를 까는 배 위에서 관을 하나씩 용접해 바다 밑으로 내려보낸다.

4-3. 전쟁, 그리고 가스 위기

전쟁이 시작되자 러시아는 가스를 무기로 썼다. 유럽으로 가는 파이프라인의 가스를 점점 줄였고, 2022년 9월에는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이 바닷속에서 폭발로 끊겼다 [확인 필요: 폭발 주체 조사 결과]. 유럽 가스값(네덜란드 TTF 기준)은 2022년 8월 MWh당 300유로를 넘어, 전쟁 전 평소의 열 배 가까이로 뛰었다.

유럽의 공장과 가정이 충격을 받았다. 가스를 많이 쓰는 독일의 화학·철강 공장이 생산을 줄였고, 전기요금이 크게 올랐다. 유럽은 가스 소비를 줄이고, 석탄 발전소를 다시 돌리고, 무엇보다 다른 곳에서 가스를 사 와야 했다. 연결: 전력·에너지, 배터리·소재.

포격으로 부서진 우크라이나 리시찬스크 시청(2022년 7월)
포격으로 부서진 우크라이나 리시찬스크 시청(2022년 7월).

4-4. LNG — 파이프라인의 빈자리

파이프라인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LNG였다. 유럽은 미국, 카타르 등에서 LNG를 사 오기 시작했다. 독일은 LNG 수입 터미널이 하나도 없었는데, 배 위에 가스를 다시 기체로 바꾸는 설비를 얹은 부유식 터미널(FSRU)을 빌려 1년도 안 돼 수입을 시작했다. 미국은 2023년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됐다.

독일 빌헬름스하펜 LNG 터미널에 묶인 부유식 터미널(FSRU) 엑셀시어호(2026)
독일 빌헬름스하펜 LNG 터미널에 묶인 부유식 터미널(FSRU) 엑셀시어호(2026). 배에서 LNG를 다시 기체로 바꿔 육지로 보낸다.

이 변화는 한국 조선소에 큰 기회가 됐다. LNG를 실어 나를 배가 모자라자 LNG선 주문이 쏟아졌고, [배를 찾아서]에서 본 대로 세계 LNG선 주문의 대부분을 한국 조선 빅3가 따냈다. 독일이 빌린 FSRU 상당수도 한국 조선소가 지은 배다 [확인 필요].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한국 조선의 슈퍼사이클을 연 셈이다. 연결: 조선·해운.

유럽 가스 공급의 변화 · 전쟁 전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 의존, 전쟁 뒤 미국·카타르 LNG와 노르웨이 가스로 대체
유럽 가스의 출처 변화(개념도). 러시아 파이프라인의 빈자리를 바닷길로 오는 LNG가 채웠다.

4-5. 석유와 곡물 — 제재의 빈틈

서방은 러시아 석유도 막으려 했다. 2022년 12월 G7과 유럽연합은 러시아산 원유를 배럴당 60달러 넘게 사고팔면 서방의 보험과 해운 서비스를 쓰지 못하게 하는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에 할인된 값으로 석유를 팔았고, 낡은 유조선을 모은 이른바 '그림자 선단'으로 제재를 피했다. 제재는 러시아의 수입을 줄였지만 끊지는 못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의 곡창이기도 하다. 두 나라가 세계 밀 수출의 4분의 1 안팎을 차지했다 [확인 필요]. 전쟁 초기 흑해 항구가 막히자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유 값이 뛰었다. [경제를 찾아서]에서 본 2022년 세계 물가 급등의 상당 부분이 이 에너지와 곡물값에서 나왔다. 연결: 경제·시장.

4-6. 유럽의 재무장 — 한국 방산의 기회

전쟁은 유럽의 안보 생각도 바꿨다. 냉전 뒤 군대와 국방비를 줄여 온 유럽 나라들이 다시 무기를 사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가 가장 빨랐다. 폴란드는 2022년 한국과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을 대규모로 사는 계약을 맺었다. 빨리, 많이 만들어 줄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었기 때문이다.

2025년 NATO 회원국들은 국방비를 GDP의 5%까지 늘리기로 했다. [방산을 찾아서]에서 본 대로 이 흐름이 한국 방산의 수출 붐을 이끌고 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보내느라 바닥난 서방의 탄약 재고를 채우는 일도 큰 시장이 됐다. 연결: 방산·우주.

4-7. 힘의 논리 — 에너지를 쥔 쪽과 끊을 수 있는 쪽

러시아는 에너지를 쥔 쪽이 힘을 갖는다고 믿었다. 유럽이 가스 없이는 겨울을 못 버틸 거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유럽은 비싼 값을 치르고 LNG로 갈아탔고,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가장 큰 가스 고객을 잃었다. 에너지의 힘은 '가진 쪽'만이 아니라 '대체할 수 있는 쪽'에도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 대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미국의 셰일 가스, 그리고 그 가스를 바다로 실어 나르는 한국의 배였다. 에너지가 파이프라인에서 바닷길로 옮겨 가자, 바닷길과 배를 만드는 능력이 새로운 힘이 됐다. 전쟁은 끝나도 이 변화는 쉽게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연결: 조선·해운, 전력·에너지.

핵심 정리

러시아는 파이프라인 가스로 유럽을 묶어 왔고, 유럽은 전쟁 직전 가스의 약 40%를 러시아에 기댔다. 2022년 전쟁과 함께 가스가 끊기자 유럽 가스값이 열 배 가까이 뛰었고, 유럽은 미국·카타르 LNG로 빈자리를 채웠다. 이 변화가 한국 조선소에는 LNG선 주문을, 유럽의 재무장은 한국 방산에 수출 기회를 열었다. 에너지의 힘은 가진 쪽만이 아니라 대체할 수 있는 쪽에도 있다.

에너지가 20세기의 전략 물자였다면, 21세기의 전략 물자는 반도체다. 다음 편에서는 그 반도체의 심장이 왜 대만이라는 작은 섬에 있는지 본다.

다음 편 예고 — 대만은 왜 반도체와 묶이나

TSMC가 어떻게 세계 첨단 반도체를 거의 혼자 만들게 됐는지, 대만해협의 긴장이 왜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으로 꼽히는지 따라간다.

사진 출처

숫자 출처

글 목록세계·지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