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규제와 미중 갈등] 1편
미국은 무엇을 막고 있나 — 칩·장비·사람
AI Written
- 규제는 어떻게 시작됐나
- 세 가지를 막는다 — 칩, 장비, 사람
- 미국 밖에서 만든 물건도 막는 법
- AI 칩 규제 — 엔비디아의 고민
- 동맹을 끌어들이다
- 중국의 반격 — 광물과 시장
- 힘의 논리 — 길목을 쥔 쪽
2022년 10월 7일, 미국 상무부는 수백 쪽짜리 규정 하나를 발표했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만들지도, 사지도 못하게 막는 규정이었다. 그 뒤로 규제는 해마다 강해졌고, 중국도 희귀 금속 수출을 막으며 맞섰다. 반도체가 무역 상품이 아니라 무기가 된 것이다. 미국이 무엇을, 어떻게 막고 있는지, 동맹국은 왜 따라가는지, 중국은 어떻게 맞서는지 따라가 보자.
1-1. 규제는 어떻게 시작됐나
시작은 한 회사였다. 2019년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를 '수출 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렸다. 이 명단에 오른 회사에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물건을 허가 없이 팔 수 없다. 이듬해 미국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도 명단에 올렸다. 처음에는 특정 회사를 겨냥한 규제였다.
2022년 10월 규제는 성격이 달랐다. 특정 회사가 아니라 중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첨단 반도체를 갖지 못하도록 기술 수준에 선을 그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AI 칩, 첨단 칩을 만드는 장비, 그리고 그 일을 도울 미국 사람까지 막았다. 이후 2023년, 2024년, 2025년에 걸쳐 빈틈을 메우는 규제가 계속 덧붙었다 [확인 필요: 연도별 주요 규정]. 연결: 세계·지정학.

1-2. 세 가지를 막는다 — 칩, 장비, 사람
미국 규제는 크게 세 가지를 막는다. 첫째는 칩이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처럼 일정 성능을 넘는 칩은 중국에 팔 수 없다. 둘째는 장비다. 일정 수준(로직은 대략 16·14나노, DRAM은 18나노 하프피치 등) 이하의 첨단 칩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장비를 중국 공장에 팔 수 없다 [확인 필요: 기준선].
셋째는 사람이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허가 없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막았다. 중국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던 미국 국적 엔지니어들이 한꺼번에 회사를 떠나야 했다. 칩을 사는 길, 칩을 만드는 도구, 칩을 만드는 사람을 동시에 막아 '스스로 만드는 길'까지 늦추려는 것이다.
1-3. 미국 밖에서 만든 물건도 막는 법
미국 규제가 강력한 이유는 미국 회사만 묶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이라는 장치가 있다. 미국 밖에서 만든 물건이라도 미국의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장비를 써서 만들었다면 미국의 규제를 받는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소프트웨어(EDA)와 제조 장비의 상당 부분이 미국 기술이라, 사실상 세계의 거의 모든 반도체가 이 규칙에 걸린다.
그래서 2020년 미국이 이 규칙을 화웨이에 적용하자, 대만 TSMC도 화웨이의 칩을 더 이상 만들어 줄 수 없었다. 당시 세계 2위 스마트폰 회사였던 화웨이의 휴대폰 사업은 크게 무너졌다 [확인 필요: 점유율 변화]. 미국이 직접 만들지 않아도 길목을 쥐고 있으면 남의 공장까지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다.
1-4. AI 칩 규제 — 엔비디아의 고민
AI 붐 이후 규제의 중심은 AI 칩이 됐다. 2022년 규제로 엔비디아의 A100, H100을 중국에 팔 수 없게 되자, 엔비디아는 성능을 낮춘 중국 전용 칩(A800, H800)을 만들었다. 미국은 2023년 이것도 막았고, 엔비디아는 다시 더 낮춘 H20을 내놨다. 규제와 우회가 숨바꼭질처럼 이어졌다.

중국은 엔비디아 매출의 큰 시장이었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은 줄었고, 그 빈자리를 화웨이 같은 중국 회사들이 노린다. 2025년에는 미국 정부가 일부 중국용 칩의 수출을 허가하는 대신 매출의 일부를 받는 방식이 논의되는 등 정책이 여러 번 출렁였다 [확인 필요: 최신 정책]. 칩을 파는 기업과 막으려는 정부의 이해가 늘 같지는 않다. 연결: AI.
1-5. 동맹을 끌어들이다
미국 혼자서는 다 막을 수 없다. 첨단 장비의 핵심 일부는 네덜란드(ASML)와 일본(도쿄일렉트론 등)이 만든다. 미국은 두 나라를 설득했고, 2023년 네덜란드와 일본도 첨단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규제를 내놨다. 미국, 네덜란드, 일본 세 나라가 첨단 장비 시장의 대부분을 쥐고 있어서, 세 나라가 함께 막으면 빈틈이 크게 줄어든다.
한국과 대만은 장비보다 칩을 만드는 나라라서 처지가 다르다. 두 나라 기업은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고, 중국은 큰 고객이다. 미국 규제를 따르면 중국 사업이 흔들리고, 따르지 않으면 미국 기술과 시장을 잃는다. 이 줄타기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따로 본다. 연결: 세계·지정학.
1-6. 중국의 반격 — 광물과 시장
중국도 손을 놓고 있지 않다. 2023년 중국은 반도체와 태양광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허가제로 바꿨고, 이후 흑연과 일부 희토류로 통제를 넓혔다. 2025년에는 희토류 수출 통제를 크게 강화했다가 미중 협상 이후 일부를 미루기도 했다 [확인 필요: 세부 일정]. [배터리를 찾아서]에서 본 대로 중국은 여러 핵심 광물의 정련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시장도 무기다. 중국은 2023년 미국 메모리 회사 마이크론의 제품을 주요 정보 인프라에 쓰지 못하게 했다. 또 중국 기업들에게 미국 칩 대신 국산 칩을 쓰라고 압박한다. 미국이 '기술의 길목'을 쥐었다면, 중국은 '광물의 길목'과 '거대한 시장'을 쥐고 맞서는 셈이다. 연결: 배터리·소재.
1-7. 힘의 논리 — 길목을 쥔 쪽
수출규제는 [지도를 찾아서]에서 본 초크포인트(길목)의 논리 그대로다.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그 기술을 막는 것만으로 상대의 산업을 늦출 수 있다. 미국은 설계 소프트웨어와 장비, AI 칩이라는 길목을, 중국은 광물 정련이라는 길목을 쥐고 있다.
문제는 길목을 막을수록 상대가 길을 새로 낸다는 점이다. 규제는 단기적으로 중국을 늦추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국산화에 더 큰 돈을 쏟게 만든다. 그리고 막는 쪽의 기업들도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잃는다. 규제의 효과와 비용을 누가 어떻게 나눠 지는지가 이 갈등의 핵심 질문이다.
핵심 정리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는 2019년 화웨이에서 시작해 2022년 10월 중국 전체를 겨냥한 규제로 커졌다. 고성능 AI 칩, 첨단 장비, 미국인 인력을 함께 막고, 해외직접제품규칙으로 미국 밖에서 만든 물건까지 묶는다. 네덜란드와 일본이 장비 규제에 합류했고, 중국은 갈륨·게르마늄·희토류 통제와 시장 압박으로 맞선다. 양쪽 모두 대체할 수 없는 길목을 무기로 쓴다.
규제의 한가운데에는 반도체 장비가 있다. 다음 편에서는 왜 장비가 가장 강력한 길목인지, ASML과 미국 장비 회사들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본다.
다음 편 예고 — 장비가 핵심이다: ASML과 미국 장비 회사들
몇 개 회사가 쥔 반도체 장비 시장의 지도, 한 대에 수천억 원인 EUV 장비의 독점, 그리고 규제가 장비 회사들의 매출을 어떻게 흔드는지 따라간다.
사진 출처
- 미국 상무부 건물 입구: Tony Webster, CC BY 2.0 (위키미디어)
- 미국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본사: Coolcaesar, CC BY-SA 3.0 (위키미디어)
- 갈륨 금속: GOKLuLe 盧樂, CC BY-SA 3.0 (위키미디어)
숫자 출처
- 2022년 10월 7일 미국 수출통제 규정: https://en.wikipedia.org/wiki/United_States_New_Export_Controls_on_Advanced_Computing_and_Semiconductors_to_China [확인 필요: 링크]
- 화웨이 Entity List 등재(2019년), SMIC 등재(2020년): https://en.wikipedia.org/wiki/Entity_List
- 중국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2023년): https://en.wikipedia.org/wiki/2023_Chinese_export_controls_on_gallium_and_germanium [확인 필요: 링크]
- 장비 규제 기준선, 엔비디아 중국용 칩 정책 변화, 2025년 희토류 통제 일정,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 변화: 미국 상무부(BIS) 규정·기업 공시·보도로 확인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