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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찾아서] 1편

정부는 어떻게 산업을 움직이나 — 예산·규제·세금

AI Written

2026.11.05 · 12분 · 정치·사회 / 경제·시장 / 전력·에너지

  1. 정부는 시장의 심판이자 선수다
  2. 한국은 정부가 키운 산업의 나라
  3. 첫 번째 도구 — 예산
  4. 두 번째 도구 — 규제
  5. 세 번째 도구 — 세금
  6. 산업 정책의 귀환
  7. 힘의 논리 — 정책의 수혜자와 비용 부담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장에 수십조 원의 보조금을 걸자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지었다. 한국 정부가 전기요금을 묶어 두자 한국전력의 적자가 수십조 원으로 불었다.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그 시장의 판을 짜는 것은 정부다. 정부는 어떤 도구로 산업을 움직이고, 그 도구는 누구에게 이익과 부담을 나누는 걸까? 예산, 규제, 세금이라는 세 가지 도구를 따라가 보자.

1-1. 정부는 시장의 심판이자 선수다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심판이다. 경쟁의 규칙을 정하고, 독점이나 담합, 환경 오염처럼 시장이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문제를 막는다. 다른 하나는 선수다. 직접 돈을 쓰고, 공기업을 운영하고, 키우고 싶은 산업에 자원을 몰아준다.

정부가 얼마나 선수로 뛰어야 하는지는 오래된 논쟁이다. 시장을 중시하는 쪽은 정부가 승자를 고르면 돈이 비효율적으로 쓰인다고 본다. 정부 역할을 중시하는 쪽은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초기 투자가 크고 안보와 얽힌 산업은 시장에만 맡길 수 없다고 본다. 이 글은 어느 쪽이 옳다고 정하기보다, 정부가 실제로 어떤 도구를 쓰는지 보는 데 집중한다.

1-2. 한국은 정부가 키운 산업의 나라

한국 산업의 출발은 정부 주도였다.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됐고, 1973년 정부는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를 키우는 중화학공업화를 선언했다. 정부가 은행 대출을 몰아주고, 공장 부지를 마련하고, 수출 실적에 따라 기업에 혜택을 줬다. [배를 찾아서]에서 본 정주영의 조선소, [배터리를 찾아서]에서 본 포스코가 모두 이 시기에 태어났다. 연결: 조선·해운, 배터리·소재.

서울 청와대(2022)
서울 청와대(2022).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중화학공업화를 결정한 대통령 집무실이었다.

이 방식은 한국을 빠르게 산업국으로 만들었지만 그림자도 남겼다. 정부 지원이 몇몇 대기업에 몰리면서 재벌 체제가 굳어졌고, 빚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은 [경제를 찾아서]에서 본 1997년 외환위기 때 줄줄이 무너졌다. 이후 한국은 정부가 직접 고르기보다 시장에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 세계가 다시 정부 주도로 돌아오고 있다. 연결: 경제·시장.

1-3. 첫 번째 도구 — 예산

정부의 가장 직접적인 도구는 예산, 즉 정부가 한 해에 쓰는 돈이다. 한국 정부 예산은 한 해 700조 원 안팎이다 [확인 필요: 연도별 본예산]. 이 돈의 3분의 1 이상은 복지에 쓰이고, 나머지가 교육, 국방, 연구개발(R&D), 산업, 교통 등에 나뉜다.

정부세종청사 정문(2019)
정부세종청사 정문(2019). 나라 살림을 짜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중앙 부처 대부분이 세종에 모여 있다.

산업에 닿는 예산은 여러 모양이다. 연구개발비를 대 주고, 공장 부지와 전력망, 용수 같은 기반 시설을 깔고, 정책금융으로 싼 대출을 내준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표적인 정책금융 기관이다. [방산을 찾아서]에서 본 대로 정부가 직접 물건을 사는 것도 예산이다. 국방 예산이 늘면 방산 기업의 매출이 늘고, 공공 발주가 늘면 건설사가 웃는다. 연결: 방산·우주.

1-4. 두 번째 도구 — 규제

두 번째 도구는 규제, 즉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정하는 일이다. 공장을 어디에 지을 수 있는지(수도권 규제), 화학 물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환경 규제), 은행이 얼마나 대출해 줄 수 있는지(금융 규제), 몇 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지(노동 규제)가 모두 규제다.

가격을 정하는 것도 규제다. 한국에서 전기요금은 사실상 정부가 정한다. 2022년 원료값이 뛰었는데 전기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못하자 한국전력의 적자와 빚이 크게 불었다. 물가를 잡으려는 결정이 공기업의 재무를 무너뜨리고, 결국 언젠가 세금이나 요금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규제는 돈을 쓰지 않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그 비용은 누군가에게 반드시 돌아간다. 연결: 전력·에너지.

1-5. 세 번째 도구 — 세금

세 번째 도구는 세금이다. 정부는 세금을 걷어 예산을 마련하지만, 세금을 깎아 주는 것으로 산업을 움직이기도 한다. 반도체 공장에 투자하면 투자액의 일부를 법인세에서 빼 주는 '투자 세액공제'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이른바 'K-칩스법'으로 반도체·배터리 같은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높은 세액공제를 준다 [확인 필요: 현행 공제율].

법인세율 자체도 논쟁거리다. 세율을 낮추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해외 공장이 덜 빠져나간다는 주장과, 세수가 줄고 대기업에 혜택이 몰린다는 주장이 맞선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정권에 따라 오르내려 왔다 [확인 필요: 현행 세율]. 같은 숫자를 두고 '투자 유인'으로 읽을지 '대기업 감세'로 읽을지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린다. 연결: 경제·시장, 반도체.

정부가 산업을 움직이는 세 가지 도구 · 예산(연구개발, 기반 시설, 정책금융, 공공 구매), 규제(입지, 환경, 가격, 노동), 세금(세액공제, 법인세율, 관세)
정부의 세 가지 도구. 산업 정책은 대개 셋을 섞어 쓴다.

1-6. 산업 정책의 귀환

2020년대 세계는 다시 산업 정책의 시대로 돌아왔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 공장에 약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CHIPS법과,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에 세금 혜택을 주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만들었다. 유럽연합과 일본도 반도체 공장에 보조금을 쏟고 있다. [지도를 찾아서]에서 본 미중 경쟁과 공급망 재편이 그 배경이다. 연결: 세계·지정학, 반도체.

정책은 정권에 따라 바뀐다. 2025년 미국 새 정부는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없애고, 보조금 대신 관세로 공장을 불러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배터리를 찾아서]에서 본 한국 배터리 회사들의 미국 공장이 그 변화를 그대로 맞았다. 기업 입장에서 정부 정책은 기회이면서, 몇 년 만에 뒤집힐 수 있는 위험이기도 하다. 연결: 배터리·소재, 정치·사회.

1-7. 힘의 논리 — 정책의 수혜자와 비용 부담자

모든 정책에는 수혜자와 비용 부담자가 있다. 반도체 세액공제의 수혜자는 반도체 회사이고, 비용은 줄어든 세수만큼 다른 곳에서 메워진다. 전기요금 동결의 수혜자는 가계와 기업이고, 비용은 한국전력의 빚으로 쌓였다가 나중에 돌아온다. 관세의 수혜자는 국내 공장이고, 비용은 [경제를 찾아서]에서 본 대로 소비자와 수입 기업이 나눠 낸다.

그래서 정책 뉴스를 읽을 때는 '좋은 정책인가'보다 먼저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비용을 내며, 그 비용은 언제 드러나나'를 묻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혜자는 대개 뭉쳐 있고 목소리가 크며, 비용 부담자는 흩어져 있고 늦게 알아차린다. 정책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는 결국 누가 더 조직돼 있느냐에 달린 경우가 많다. 다음 편에서는 그 정책이 법이 되는 곳, 국회를 본다.

핵심 정리

정부는 시장의 심판이자 선수로, 예산(돈을 쓰기), 규제(규칙과 가격 정하기), 세금(걷거나 깎아 주기)의 세 가지 도구로 산업을 움직인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중화학공업을 키운 나라이고, 2020년대에는 미국의 CHIPS법과 IRA처럼 세계가 다시 산업 정책으로 돌아왔다. 모든 정책에는 수혜자와 비용 부담자가 있고, 정책은 정권에 따라 뒤집힐 수 있다.

그런데 이 도구들은 대부분 법에 근거해야 쓸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국회의 결정이 산업에 어떻게 닿는지 본다.

다음 편 예고 — 법이 산업에 닿기까지: 국회와 입법

법안이 발의돼 공포되기까지 어떤 길을 거치는지, 법과 시행령은 어떻게 다른지, 최근 산업을 흔든 법들은 무엇인지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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