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은 어디에 짓나] 1편
팹 하나에 무엇이 드나 — 물·전기·땅·사람
AI Written
- 공장 하나에 20조 원
- 물 — 하루 수만 톤의 초순수
- 전기 — 1초도 끊기면 안 되는 전기
- 땅 — 넓고,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 사람과 생태계
- 한국의 답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 힘의 논리 — 인프라가 곧 경쟁력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 20조 원이 넘게 든다. 그런데 돈만 있다고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 작은 도시 하나가 쓰는 만큼의 물, 원전 한 기에 맞먹는 전기, 흔들리지 않는 땅, 그리고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한곳에 모여야 한다. 반도체 공장(팹)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그래서 왜 아무 데나 지을 수 없는지, 한국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어떤 숙제를 안고 있는지 따라가 보자.
1-1. 공장 하나에 20조 원
[반도체를 찾아서]에서 본 대로, 칩은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 분의 1 크기 회로를 웨이퍼 위에 수백 단계에 걸쳐 새겨서 만든다. 이 일을 하는 곳이 팹(fab, 반도체 제조 공장)이다. 최신 팹 하나를 짓는 데는 20조~30조 원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확인 필요: 공정별 건설비]. 건물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장비가 더 비싸다. EUV 노광 장비 한 대가 수천억 원이다.
팹의 핵심은 클린룸이다. 먼지 한 톨이 회로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공기 중 먼지를 수술실보다 훨씬 적게 관리한다. 작업자는 온몸을 덮는 방진복을 입고, 공기는 천장에서 바닥으로 쉬지 않고 걸러 내려간다. 이 깨끗한 공간을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비용이다.

1-2. 물 — 하루 수만 톤의 초순수
팹은 엄청난 양의 물을 쓴다. 웨이퍼를 깎고 씻을 때마다 불순물을 거의 완전히 없앤 초순수로 헹궈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팹 하나가 하루에 쓰는 물은 수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인 필요: 팹별 용수량]. 수돗물을 여러 단계로 걸러 초순수를 만드는데, 한국은 이 초순수 설비 기술을 오래 일본과 미국 기업에 의존해 왔다.
물이 끊기면 공장도 선다. 2021년 대만은 50여 년 만의 가뭄을 겪었고, TSMC는 트럭으로 물을 실어 나르며 공장을 돌렸다. 그래서 팹은 큰 강이나 댐 가까이에 짓고, 쓴 물을 다시 걸러 재활용하는 비율을 높이려 애쓴다. 물을 많이 쓰는 만큼 지역 주민과의 물 다툼, 폐수 처리 문제도 따라온다. 연결: 정치·사회.
1-3. 전기 — 1초도 끊기면 안 되는 전기
팹은 전기도 많이 먹는다. 장비와 클린룸 공조, 초순수 설비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최신 대형 팹 단지는 수 기가와트(GW)급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원전 한 기가 대략 1~1.4GW를 만든다. 대만에서는 TSMC 한 회사가 나라 전체 전기의 상당 부분을 쓴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인 필요: 비중].
양만큼 중요한 것이 품질이다. 전압이 아주 잠깐 흔들리거나 몇 초만 정전돼도 공정 중인 웨이퍼를 통째로 버려야 할 수 있다. 피해는 수백억 원 단위로 커진다. 그래서 팹은 안정적인 송전망 두 곳 이상에서 전기를 받고, 자체 비상 설비도 갖춘다. 전력망과 송전선 문제가 반도체 공장의 입지를 바로 정한다. 연결: 전력·에너지.
1-4. 땅 — 넓고,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팹은 거대하다. 한 동의 길이가 수백 미터에 이르고, 여러 동을 이어 짓기 때문에 수백만 제곱미터의 평평한 땅이 필요하다. 나중에 공장을 늘릴 여유 땅도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축구장 수백 개 크기다 [확인 필요: 면적].
땅은 흔들리지도 않아야 한다. 나노미터 단위로 회로를 새기는 장비에게는 아주 작은 진동도 치명적이다. 그래서 팹은 단단한 지반 위에 짓고, 건물 바닥을 특수하게 설계해 진동을 막는다. 지진이 잦은 대만과 일본에서는 지진이 날 때마다 반도체 생산 차질이 뉴스가 된다. 2024년 4월 대만 화롄 지진 때도 TSMC가 일부 직원을 대피시키고 장비를 점검했다.

1-5. 사람과 생태계
공장을 돌리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팹 하나에 수천 명의 엔지니어와 기술자가 필요하고, 그 사람들이 살 집과 학교, 병원이 있어야 한다.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수도권 남쪽, 이른바 '기흥·화성·평택 라인' 아래로 내려가기를 꺼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이 지방 공장을 지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인력이다.
공장 주변에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이 모인다. 장비가 고장 나면 몇 시간 안에 엔지니어가 달려와야 하고, 가스와 화학 물질도 가까이에서 받아야 한다. 대만의 신주와 타이난,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반도체는 한 지역에 회사와 사람이 몰리는 클러스터를 이룬다. 한번 생긴 클러스터는 다른 곳이 따라잡기 어렵다.

1-6. 한국의 답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한국 정부와 기업이 내놓은 답이 경기 남부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SK하이닉스는 용인 원삼면에 일반산업단지를 만들어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용인 남사·이동읍 일대 국가산업단지에 수백조 원을 들여 여러 팹을 지을 계획이다 [확인 필요: 투자 규모와 일정]. 수도권에 있어 인력과 협력사를 모으기 쉽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숙제도 크다. 클러스터가 다 지어지면 원전 십수 기에 맞먹는 전력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있는데 [확인 필요: 전력 수요 전망], 그 전기를 끌어올 송전선이 지나갈 지역의 반대가 거세다. 물도 멀리서 끌어와야 한다. 그래서 전기가 남는 호남이나 원전이 있는 동해안으로 공장을 보내자는 주장도 나온다. 전기를 공장으로 끌어올지, 공장을 전기 쪽으로 보낼지가 논쟁의 핵심이다. 연결: 전력·에너지, 정치·사회.
1-7. 힘의 논리 — 인프라가 곧 경쟁력
반도체 경쟁은 흔히 기술 경쟁으로 그려지지만, 그 밑바닥에는 인프라 경쟁이 있다. 같은 기술을 가져도 물과 전기, 땅과 사람을 더 빨리, 더 싸게 모으는 나라와 기업이 공장을 먼저 돌린다. 공장을 1년 늦게 지으면 그만큼 시장을 경쟁자에게 내준다. 반도체 산업의 '큰 놈만 살아남는' 구조가 공장 입지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그래서 공장 입지는 기업 혼자 정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송전선과 용수관, 도로를 까는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그 길이 지나가는 주민의 몫이다. [사회를 찾아서]에서 본 '수혜자와 비용 부담자'의 논리가 여기서도 통한다. 공장의 이익은 기업과 지역에 돌아가지만, 송전선의 부담은 다른 지역이 진다.
핵심 정리
반도체 공장 하나에는 20조~30조 원과 함께 하루 수만 톤의 초순수, 기가와트급의 끊기지 않는 전기, 흔들리지 않는 넓은 땅, 수천 명의 사람과 협력사 생태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팹은 클러스터를 이루고, 한국은 용인에 대형 클러스터를 짓고 있다. 전력과 용수를 어떻게 끌어올지가 가장 큰 숙제이고, 인프라를 빨리 모으는 쪽이 경쟁에서 앞선다.
공장 입지가 나라 안의 문제라면, 지금 세계는 공장을 자기 나라로 끌어오려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미국과 일본, 유럽이 왜 그렇게 큰 보조금을 걸고 공장을 부르는지 본다.
다음 편 예고 — 공장은 왜 미국으로 가나: CHIPS법과 해외 공장
TSMC 애리조나, 삼성전자 테일러, SK하이닉스 인디애나. 보조금과 관세가 공장 지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해외 공장은 왜 더 비싸고 더 늦는지 따라간다.
사진 출처
- 클린룸에서 방진복을 입고 일하는 엔지니어: Clemenspool, CC0 (위키미디어)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둘러보는 한미 정상: 미국 대통령실,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 대만 신주과학단지의 TSMC 팹. 회사와 협력사, 사람이 한 지역에 모인 대표적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曾 成訓, CC BY 2.0 (위키미디어)
숫자 출처
- 2021년 대만 가뭄과 TSMC 급수: https://en.wikipedia.org/wiki/2021_Taiwan_drought [확인 필요: 링크]
- 2024년 4월 대만 화롄 지진: https://en.wikipedia.org/wiki/2024_Hualien_earthquake
- 팹 건설비, 팹별 용수량·전력 수요, TSMC의 대만 전력 사용 비중, 평택캠퍼스 면적, 용인 클러스터 투자 규모·전력 수요 전망: 기업 공시·산업통상자원부 자료로 확인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