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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과 ESS] 1편

전기차는 왜 주춤하나 — 캐즘

AI Written

2026.11.05 · 12분 · 배터리·소재 / 모빌리티 / 경제·시장

  1. 캐즘이란 무엇인가
  2. 숫자로 본 전기차의 속도
  3. 왜 주춤했나
  4. 중국은 다르다 — 값싼 전기차의 힘
  5. 하이브리드의 귀환
  6. 한국 배터리 3사가 받은 충격
  7. 힘의 논리 — 캐즘은 끝나는가

2020년대 초 전기차는 해마다 50%, 100%씩 팔림새가 늘었다. 배터리 회사들은 공장을 짓기 바빴고, 주가는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2023년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기차 판매가 생각보다 늘지 않고, 완성차 회사들은 전기차 계획을 미루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 시기를 캐즘이라고 불렀다. 전기차는 왜 주춤했고, 그 충격은 한국 배터리 회사들에 어떻게 닿았는지 따라가 보자.

1-1. 캐즘이란 무엇인가

캐즘(chasm)은 원래 '깊게 갈라진 틈'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제프리 무어가 새 기술이 퍼지는 과정을 설명하며 이 말을 썼다. 새 제품은 먼저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소수(얼리어답터)가 사고, 그다음 실용성을 따지는 다수(대중)가 산다. 그런데 이 두 무리 사이에는 깊은 틈이 있어서, 많은 제품이 이 틈을 넘지 못하고 멈춘다는 것이다.

전기차에 이 말을 붙인 이유는 분명하다. 환경에 관심이 많거나 새 기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전기차를 샀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값과 편리함을 꼼꼼히 따진다. 가솔린차보다 비싸고 충전이 불편하면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 전기차가 이 틈을 넘어 대중의 차가 되느냐가 지금의 질문이다. 연결: 모빌리티.

1-2. 숫자로 본 전기차의 속도

전기차가 아예 안 팔린 것은 아니다. 세계 전기차(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는 2024년 약 1,700만 대로, 새 차 다섯 대 중 한 대꼴이었다 [확인 필요: IEA 집계]. 문제는 성장 속도다. 2021~2022년에는 해마다 판매가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2023년 이후 성장률이 크게 꺾였다.

지역별 차이도 크다. 세계 전기차의 60% 넘게가 중국에서 팔린다. 중국은 계속 빠르게 늘었지만, 유럽은 보조금이 줄면서 판매가 정체했고, 미국은 전기차 비중이 10% 안팎에서 더디게 움직였다 [확인 필요]. 즉 '전기차 캐즘'은 주로 미국과 유럽의 이야기이고, 한국 배터리 회사들의 주요 시장이 바로 그곳이었다. 연결: 모빌리티, 세계·지정학.

전기차 판매 성장률 둔화 · 2021년 약 2배, 2022년 약 1.6배, 2023년 약 1.3배, 2024년 약 1.25배 (대략치)
세계 전기차 판매의 전년 대비 증가율(대략치). 판매는 계속 늘지만 속도가 꺾였다.

1-3. 왜 주춤했나

첫째는 가격이다. 전기차는 같은 크기의 가솔린차보다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넘게 비싸다. 가장 비싼 부품인 배터리 때문이다. 둘째는 충전이다. 아파트나 집에 충전기가 없으면 불편하고, 고속도로 충전소에서 줄을 서야 하는 경우도 많다. 겨울에 주행거리가 줄어든다는 걱정, 중고차 값이 빨리 떨어진다는 걱정도 컸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전기차 급속 충전소(2023)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전기차 급속 충전소(2023).

셋째는 돈의 환경이다. 2022년부터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할부로 차를 사는 부담이 커졌다.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도 줄었다. 독일은 2023년 말 보조금을 갑자기 끝냈고, 미국은 2025년 전기차 세액공제를 없앴다 [확인 필요: 종료 시점]. 여기에 2024년 한국에서 일어난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가 배터리 안전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 연결: 경제·시장, 정치·사회.

1-4. 중국은 다르다 — 값싼 전기차의 힘

같은 시기 중국은 오히려 전기차가 가솔린차를 앞지르는 단계로 갔다. 비결은 가격이다. BYD를 비롯한 중국 회사들은 값싼 LFP 배터리와 거대한 공급망으로 가솔린차와 비슷하거나 더 싼 전기차를 내놨다. [자동차를 찾아서]에서 본 BYD처럼 배터리부터 차까지 직접 만드는 구조가 원가를 낮췄다.

중국 안에서는 치열한 가격 전쟁이 벌어졌고, 남는 차들은 해외로 나갔다. 유럽과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관세를 매겨 막았다. 결국 전기차 캐즘은 '전기차를 원하지 않아서'라기보다 '아직 너무 비싸서'에 가깝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가격이 내려오면 틈은 메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결: 모빌리티, 세계·지정학.

미국 롱비치항(2020)
미국 롱비치항(2020). 아시아에서 오는 수입차와 화물이 드나드는 미국 서부의 관문이다.

1-5. 하이브리드의 귀환

전기차가 주춤한 사이 웃은 쪽은 하이브리드다. 엔진과 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좋고 충전 걱정이 없다. 전기차로 한 번에 넘어가기 망설이는 소비자에게 '중간 다리'가 된 것이다. 하이브리드를 꾸준히 만들어 온 도요타가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현대차·기아도 하이브리드 판매를 크게 늘렸다.

완성차 회사들은 계획을 고쳤다. 몇 년 안에 전기차만 팔겠다던 목표를 미루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함께 가져가는 쪽으로 돌아섰다. GM과 포드는 일부 전기차 투자를 줄이거나 늦췄다 [확인 필요]. 엔진에서 모터로 가는 방향은 그대로지만, 그 속도가 생각보다 느려진 것이다. 연결: 모빌리티.

1-6. 한국 배터리 3사가 받은 충격

캐즘의 충격은 한국 배터리 3사에 바로 닿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미국과 유럽 완성차 회사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그 수요를 보고 미국에 공장을 크게 지었다. 그런데 차가 덜 팔리자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이익이 크게 줄었다. SK온은 몇 년째 적자를 이어 갔다 [확인 필요: 분기 실적].

한동안 3사의 이익을 받쳐 준 것은 미국 IRA의 생산 세액공제(AMPC)였다. 미국에서 배터리를 만들면 생산량에 따라 정부가 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 공제를 빼면 적자라는 분기도 있었다. 배터리 회사들은 공장 투자 속도를 늦추고, 완성차 회사와 합작한 공장을 조정했다. 그리고 새로운 고객을 찾기 시작했다. 그 답 중 하나가 다음 편에서 볼 ESS다. 연결: 정치·사회, 경제·시장.

1-7. 힘의 논리 — 캐즘은 끝나는가

캐즘이 언제 끝날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갈린다. 낙관론은 배터리 값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점을 든다. 배터리 팩 가격은 2010년 kWh당 1,000달러를 넘던 것이 2024년 10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확인 필요: 블룸버그NEF]. 전기차가 보조금 없이도 가솔린차와 같은 값이 되는 순간, 틈은 빠르게 메워질 것이라는 기대다.

비관론은 정책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본다. 미국은 전기차 지원을 줄였고, 유럽도 탄소 규제 일정을 늦추자는 목소리가 크다. 산업의 눈으로 보면 이 싸움은 결국 가격의 싸움이다. 값싼 배터리를 가진 중국이 앞서 있고, 한국 회사들은 원가를 낮출 방법과 전기차 밖의 새 수요를 동시에 찾아야 한다. 연결: 경제·시장, 모빌리티.

핵심 정리

캐즘은 새 기술이 얼리어답터에서 대중으로 넘어가는 사이의 틈이다. 전기차 판매는 계속 늘었지만 2023년 이후 성장 속도가 꺾였고,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주춤했다. 비싼 값, 충전 불편, 높은 금리와 보조금 축소가 이유로 꼽힌다. 중국은 값싼 전기차로 오히려 앞서 나갔고, 하이브리드가 중간 다리로 떠올랐다. 미국·유럽 고객에 기대던 한국 배터리 3사는 가동률과 이익이 줄어 새 수요를 찾고 있다.

전기차가 주춤할 때 배터리 회사들이 눈을 돌린 곳은 전력망이다. 다음 편에서는 전기를 저장하는 거대한 배터리, ESS를 본다.

다음 편 예고 — 배터리 회사는 왜 ESS로 가나

ESS가 무엇이고 왜 지금 커지는지, 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이 왜 이 시장을 쥐고 있는지,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어떻게 반격하는지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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