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을 찾아서] 1편
고객이 정부뿐인 산업 — 방산은 어떻게 돈을 버나
AI Written
- 고객이 정부 하나뿐이라는 것
- 국방예산 — 방산의 시장 크기
- 무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 10년짜리 사업
- 가격은 어떻게 정하나 — 원가에 이윤을 얹는다
- 무기 수출은 나라와 나라의 거래
- 한 번 팔면 30년 — 후속 지원
- 방산은 왜 ‘정치적인’ 산업인가
방산(방위산업)은 이상한 산업이다. 물건은 비싸고, 만드는 데 10년이 걸리고, 살 수 있는 고객은 사실상 정부뿐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방산 기업 주가는 반도체만큼이나 뜨거웠다. 고객이 하나뿐인 산업이 어떻게 돈을 벌고, 왜 갑자기 이렇게 주목받게 됐을까? 방산의 돈이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부터 따라가 보자.
1-1. 고객이 정부 하나뿐이라는 것
보통의 산업은 고객이 많다. 스마트폰은 수십억 명이 사고, 자동차도 수많은 개인과 회사가 산다. 그런데 전차나 전투기, 미사일은 개인이 살 수 없다. 사는 쪽은 각 나라의 정부, 정확히는 국방부와 군이다. 이렇게 사는 쪽이 하나뿐인 시장을 경제학에서는 '수요 독점'이라고 부른다.
고객이 하나뿐이면 힘은 보통 사는 쪽에 있다. 정부는 무엇을, 얼마나, 얼마에 살지 정하고, 방산 기업은 그 결정을 기다린다. 대신 한 번 정해지면 오래간다. 전차 하나를 개발하면 그 전차를 수십 년 동안 양산하고, 고치고, 성능을 올린다. 그래서 방산은 '주문은 드물지만, 한 번 따면 수십 년 먹고사는' 산업이다.

그렇다면 그 정부의 지갑, 즉 국방예산은 얼마나 클까?
1-2. 국방예산 — 방산의 시장 크기
세계 각국이 2024년 군사비로 쓴 돈은 약 2조 7,180억 달러로,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다. 1년 만에 9% 넘게 늘었다. 이 중 미국이 약 9,970억 달러로 37% 정도를, 중국이 약 3,140억 달러(추정치)로 12% 정도를 썼다. 두 나라가 세계 군사비의 절반 가까이를 쓰는 셈이다.
군사비가 전부 무기 구매에 쓰이는 건 아니다. 군인 월급, 부대 운영비, 연료비 같은 돈이 큰 몫을 차지하고, 그중 일부가 무기를 사고 개발하는 '방위력 개선비'로 방산 기업에 흘러간다. 한국 국방예산은 2025년 60조 원을 넘었고 [확인 필요: 정확한 금액], 그중 무기 구매·개발에 쓰는 돈은 대략 3분의 1 수준이다(대략치).
방산 기업에게 국방예산이 늘어난다는 건 시장이 커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쟁이 나거나 긴장이 높아지면 방산 주가가 먼저 움직인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이 국방비를 크게 늘리기 시작한 것이 지금 한국 방산 붐의 출발점이다. 2025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국방비를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로 올리기로 합의했다(핵심 국방비 3.5% + 관련 인프라 1.5%). 지금까지의 목표였던 2%의 두 배가 넘는다. 연결: 세계·지정학.

1-3. 무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 10년짜리 사업
무기 하나가 군대에 들어가기까지는 긴 과정을 거친다. 먼저 군이 "이런 성능의 무기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소요 제기). 그다음 기초 기술을 연구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시험하고(체계 개발), 시험을 통과하면 대량으로 만든다(양산). 한국에서는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핵심 기술 개발을 이끌고, 방산 기업이 함께 개발한 뒤 양산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이 보통 10년, 길면 20년이 걸린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은 사업을 확정한 2015년 전후부터 첫 양산기 인도 목표(2026년)까지 10년 넘게 걸리고 있다 [확인 필요: 인도 일정]. 개발 기간 동안 기업은 돈을 크게 벌지 못한다. 진짜 돈은 양산과 수출, 그리고 그 뒤 수십 년의 정비·부품 사업에서 나온다.
1-4. 가격은 어떻게 정하나 — 원가에 이윤을 얹는다
시장에서 물건값은 경쟁으로 정해진다. 그런데 K9 자주포를 만드는 회사가 한국에 한 곳뿐이라면 가격은 어떻게 정할까? 한국 국내 방산 계약은 오랫동안 '원가 + 적정 이윤' 방식이었다. 정부가 회사의 원가를 꼼꼼히 따져 보고, 거기에 정해진 비율의 이윤을 얹어 값을 정한다.
이 방식은 기업이 손해 볼 일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원가를 줄여도 이윤이 늘지 않으니 효율을 높일 이유가 약하다. 그래서 한국 방산 기업들은 오랫동안 '안정적이지만 돈은 많이 못 버는' 회사였다. 국내 매출만으로는 이익률이 낮았다.
상황을 바꾼 것이 수출이다. 수출 가격은 원가 보상이 아니라 외국 정부와의 협상으로 정해진다. 경쟁 무기보다 좋고 싸고 빨리 줄 수 있으면 높은 이윤을 붙일 수 있다. 실제로 한국 방산 기업들의 이익률은 수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크게 뛰었다. 방산 주가가 '수출 계약' 소식에 크게 반응하는 이유다.
1-5. 무기 수출은 나라와 나라의 거래
무기 수출은 회사끼리의 거래가 아니다. 무기를 파는 나라 정부가 허가해야 하고, 사는 나라 정부도 의회 승인 같은 절차를 거친다. 그래서 큰 계약은 정상회담이나 국방장관 회담 자리에서 발표되곤 한다. 아예 정부가 직접 계약 당사자가 되는 '정부 간 거래(G2G)'도 많다.
무기를 사는 나라는 단순히 물건만 원하지 않는다. 자기 나라에서 일부를 만들게 해 달라(현지 생산), 기술을 넘겨 달라(기술 이전), 대금 일부를 다른 방식으로 갚아 달라(절충 교역)는 조건이 붙는다. 무기 구매는 큰돈이 나라 밖으로 나가는 일이니, 사는 나라 정부도 자국 일자리와 산업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돈 문제도 있다. 무기는 너무 비싸서 사는 나라가 한 번에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파는 나라의 국책은행이 사는 나라에 대출을 해 주기도 한다. 한국이 폴란드에 무기를 팔 때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출 한도가 모자라 계약이 늦어진 일이 있었고, 결국 법을 고쳐 한도를 늘렸다. 무기 수출에는 외교, 금융, 법이 모두 얽혀 있다. 연결: 정치·사회.
1-6. 한 번 팔면 30년 — 후속 지원
무기는 한 번 팔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다. 전차나 전투기는 30~40년을 쓴다. 그 기간 동안 부품을 갈고, 고장을 고치고, 성능을 올리는 일이 계속 생긴다. 이것을 '후속 군수 지원'이라 부르는데, 무기 전체 수명 동안 드는 돈이 처음 산 값보다 큰 경우도 많다(대략치).
그래서 무기를 고른다는 건 사실상 그 나라와 30년짜리 관계를 맺는 일이다. 한 번 K9 자주포를 고른 나라는 부품과 정비를 한국에 기대고, 다음 무기를 고를 때도 한국을 먼저 본다. 반대로 한 번 미국 전투기를 쓰기 시작한 나라는 계속 미국 전투기를 산다. 방산 시장에서 '첫 계약'이 그렇게 중요한 이유다.
1-7. 방산은 왜 ‘정치적인’ 산업인가
정리하면 방산은 정부가 고객이고, 정부가 가격 결정에 깊이 들어오고, 수출도 정부가 허가하는 산업이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무기는 동맹을 고르는 일이기도 하다. 어느 나라 무기를 쓰느냐에 따라 그 나라와 훈련하고, 정보를 나누고, 위기 때 부품을 받을 수 있는지가 정해진다.
그래서 방산 시장에서 이기려면 물건만 좋아서는 안 된다. 파는 나라가 믿을 만한 동맹이어야 하고, 위기 때 빨리 대 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 방산이 최근 유럽에서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라 NATO 무기와 잘 맞고, 북한과 마주한 탓에 공장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아 빨리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그 무기들이 무엇인지는 다음 편에서 하나씩 본다.
핵심 정리
방산은 정부가 사실상 유일한 고객인 산업이다. 국방예산이 시장 크기를 정하고, 개발에 10년 이상 걸리며, 국내 가격은 원가에 이윤을 얹는 방식이라 이익률이 낮다. 그래서 진짜 돈은 수출과 30년짜리 후속 지원에서 나온다. 수출은 외교·금융·동맹이 얽힌 나라 간 거래이고, 2022년 이후 유럽의 재무장이 한국 방산에 큰 문을 열었다.
다음 편 예고 — K-방산 대표 무기: K9·K2·천무·FA-50
폴란드가 왜 한꺼번에 한국 무기를 샀는지, 자주포·전차·다연장로켓·경공격기가 각각 무엇이고 왜 팔렸는지 살펴본다.
사진 출처
-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 mariordo59, CC BY-SA 2.0 (위키미디어)
- 2025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 NATO 정상회의. 회원국들은 이 자리에서 국방비를 GDP의 5%까지 올리기로 했다.: Bart Maat/네덜란드 외교부, CC BY-SA 4.0 (위키미디어)
숫자 출처
- 2024년 세계 군사비 2조 7,180억 달러, 미국 9,970억 달러, 중국 3,140억 달러(추정): SIPRI 2025년 4월 자료, https://sipri.org/sites/default/files/2025-04/2504_fs_milex_2024.pdf
- NATO 국방비 GDP 5% 목표(2025년 헤이그 정상회의): https://www.nato.int/cps/en/natohq/official_texts_236705.htm [확인 필요: 링크]
- 한국 국방예산, 방위력 개선비 비중, KF-21 일정: 국방부·방위사업청 발표로 확인 필요.